'원격 남편'이 뜬다…요즘 잘나가는 美부부가 택한 삶 뭐길래
"원격 남편(remote husband)"이 뜨고 있다. 미국 얘기다. 부인은 회사로 출근해 밥벌이를 하고, 남편은 집에서 일하는 사례가 미국에서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다룬 내용이다.
원격 남편은 그러나 집안일을 주 업무로 삼는 주부 남편(house husband)과는 다르다. 이들은 집에서 근무를 하는, 즉 재택근무 남편들이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다. 이코노미스트가 든 대표적 사례는 이렇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코딩을 하고, 미국 동부 로펌에서 일하는 부인은 출세 사다리를 타기 위해 회사로 매일 출근하는 경우. 또는 매사추세츠주에 근무하며 남편은 원격 재택근무를 하고, 부인은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밟는 경우.
원격 남편이 늘어난다고는 해도, 여전히 가사 분담은 여성에게 쏠려 있는 경향은 문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정보통신(IT) 또는 법조계 등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고용률이 현저히 높은 것 역시 당장 바뀔 기미는 없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그럼에도 이런 원격 남편의 증가는 의미가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유는 과거엔 '원격 남편'이라는 개념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벌이 중 부인이 밖으로 출근하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트렌드라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시카고에서 거주하는 부부의 부인이 승진을 했는데 그 일을 위해 뉴욕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면, 가까운 과거엔 가족을 위해 그 승진 제안을 거절하는 게 당연했다"며 "하지만 이젠 부인이 혼자 이사를 가는 선택을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건 의미있다"고 전했다. 주로 젊은 세대에서 뚜렷한 이런 경향은, 이들이 점차 사회의 중추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 통념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여성 노동력의 지리적 해방(geographical libera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성 경제학자이면서 노벨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은 과거 연구에서 "원격 근무라는 것이 여성에게는 요긴한 것(boon)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골딘의 연구를 언급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된 지 약 200년이 흐른 지금, 여성의 노동력이 소비되는 양태가 중요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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