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커스 추가 파트너로 韓 고려"…정부 "협의 개시 의향 환영"
한국이 미국·영국·호주 간 3자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의 협력 파트너로 합류할 수 있다고 미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그동안 관측으로만 제기된 한국의 오커스 참여 가능성이 미 정부로부터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정부는 즉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시간) ‘오커스 필러2 분야에 일본 외 협력 파트너로 고려하는 국가가 있느냐’는 국내 언론의 질의에 “오커스는 일본에 더해 필러 2에 독특한 강점을 가져올 수 있는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를 비롯한 다양한 추가 파트너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협력) 파트너는 (오커스 3국간) 컨센서스와 협의 절차를 거쳐서만 추가될 것이며 이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은 오커스의 외연 확장을 위해 일본에 이어 한국에게도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오커스 측의 한국과의 협의 개시 의향 표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정부는 첨단기술 등 여러 전략적 분야에서 오커스와 협력하는 데 열려 있는 입장이며, 긴밀히 교감해 오고 있다”며 “구체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오커스와의 협의 및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커스와의 협력에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당국자가 언론 질의에 대한 응답 식으로 밝힌 입장을 정부가 “오커스 측의 협의 개시 의향 표명”으로 보다 공식화한 점도 눈에 띈다. 적극적 참여 의사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오커스는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미국, 영국, 호주가 2021년 결성한 일종의 안보 동맹이다. 필러1은 호주에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내용으로 구성됐고, 필러2는 해저·양자기술·인공지능(AI)·사이버·극초음속·전자전 무기 등 8개 최첨단 분야의 공동 개발을 추구한다.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이 비핵국가인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은 비확산 문제 등이 걸려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참여국을 받지 않는 배타적 성격을 지닌다. 이와 달리 필러2에는 3국 외 협력 국가가 추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앞서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오커스의 첨단 국방 기술협력 협정에 합류하도록 미국과 호주에 제안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첫 번째로 공식 지목된 국가는 일본이다. 오커스 3국 국방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미에 맞춰 지난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의 목표는 지역 안정과 안보 지원을 위해 각 군에 첨단 군사 능력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라며 “필러2에 일본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에 더해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까지 참여 가능 대상을 사실상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변화를 시사한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쌍무형 협력, 즉 부챗살 모양의 관계를 맺는 형태에 그치지 않고 공동 이해관계를 지닌 국가들의 다수 협의체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지난 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 참석해 “지금까지의 ‘거점 중심’(Hub and Spoke) 동맹 구조는 현 시점에 적합하지 않다”며 “중대한 전환의 시기를 맞아 ‘격자형(lattice-like)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한 대목에서도 미국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다양한 사안별로 ‘소수정예’ 협의체들이 헤쳐모일 수 있다면 중국을 더욱 신속하고 정교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의 반발은 한국 입장에선 관리해야 할 요소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오커스 참여와 관련 “우리는 관련 국가들이 배타적인 좁은 울타리를 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일본은 특히 역사의 교훈을 깊이 체득해 군사 안보 영역에서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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