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 막힌 혈 뚫리나…수교 75주년 명분 진영외교 가속화
북한이 중국과 수교 75주년을 맞아 양국 간 친선을 강조하며 한껏 밀착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러 군사협력에 이어 전통적인 혈맹인 중국과의 우호관계 복원을 통해 '진영외교'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조중(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합동공연에 참가할 중국 예술단이 6일과 9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의 오는 11일 방북에 앞서 300명 규모의 예술단을 평양에 파견했다.
신문은 1면에 자오 위원장의 방북 소식을, 2면에 중국 예술단 방북과 '중·북 친선의 해' 기념 엠블럼을 각각 게재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외교가 안팎에선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간의 정상회담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국 간 정상외교는 2019년 6월 시 주석의 방북 이후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5년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북·중 교류에는 핵·미사일 고도화로 인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김정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한반도 정세를 신냉전 구도로 인식하는 김정은 입장에선 한·미·일 협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중·러 밀착을 원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해 북한 답방을 약속한 만큼 올해 북·중·러 3국의 정상외교가 긴밀히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1400㎞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과는 경제 분야의 협력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국 간에는 노동자 파견, 신압록강대교 개통, 중국인 관광객의 방북 등 각종 경제 현안이 산적하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은 이날 중국 내 북한 식당이 종업원들의 교대 차질로 영업에 지장을 빚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장기 파견했던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고 이를 대체할 인력을 조기에 투입하길 원하지만, 중국 측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이 한국·일본·호주·필리핀 등 주요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해 자신들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전략적인 카드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국면에 더해 미·일 정상회담(현지시간 10일),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현지시간 11일) 등을 의식한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임을출 교수는 "중국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국면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북한과의 밀착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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