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마을 주민, 논산 훈장님도 한 표…전국 곳곳서 투표소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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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 비례 투표용지 “3번이나 접어”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서 헷갈렸어요.”
1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 제1투표소에 만난 조원순(61)씨가 투표를 마친 뒤 한 말이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역대 최장인 51.7㎝에 달한다. 연두색 용지에 38개 정당 이름이 3번부터 40번까지 표기됐다. 조씨는 “비례 투표용지를 3번이나 접어서 투표함에 넣었다. 생소한 정당이 워낙 많아서 피로감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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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첫 부부 투표 기념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전국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전국 254개 선거구, 투표소 1만4259곳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투표소까지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섬마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배를 타고 이동하는 주민이 많았다. 경남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는 행정선 3대와 유람선 5대를 동원해 22개 섬에 사는 주민을 투표소로 실어 날랐다. 통영선관위 관계자는 “수송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10개 섬은 정기여객선이 많이 운항하거나 거소 투표 등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섬 지역 선거인이 투표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지 속 섬마을’인 강원 화천군 화천읍 주민들도 배를 타고 투표소로 나와 한표를 행사했다. 화천 파로호 동촌1리와 2리 주민 3명은 이날 오전 9시쯤 구만리 선착장에 도착, 최전방에 있는 풍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1940년대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없어져 ‘육지 속의 섬’이 된 뒤부터 투표가 있는 날이면 배를 타고 나와 투표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 대청호 연안의 오대리 주민 8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 5t짜리 철선에 올라 투표에 참여했다. 이세원 오대리 이장은 “사전투표를 했거나 몸이 불편한 몇몇을 빼고 주민 전체가 한꺼번에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육지 속 섬’ 파로호·대청호 주민 뱃길 이동
충남 서해안 섬마을 주민들과 논산 양지서당 가족들도 투표장을 찾아 투표권을 행사했다. 마을 주민이 101명인 고파도는 본투표일만 투표소가 설치되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이 이날 투표에 참여했다. 마을 이장은 “평소 섬 지역 주민을 위해 관심을 많이 둔 후보, 성실하고 믿음이 가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논산 양지서당 유정욱 훈장과 그의 가족은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밖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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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투표용지 훼손 사건
광주광역시에서는 투표용지 훼손 소동이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50분쯤 광주 동구 계림2동 1투표소에서 유권자 A씨가 투표용지를 찢어 훼손했다.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떻게 (투표)해야 하지”라며 도움을 요청하자, 함께 기표소로 들어갔다. 이를 목격한 투표 종사자가 “제삼자가 기표를 본 경우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는 고지하자 A씨는 투표용지를 찢어버리고 귀가했다. 선관위는 관련법 위반과 처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전북 군산시 삼학동 투표소에 B씨(50)가 함께 투표소를 찾은 20대 자녀의 투표용지를 찢었다. B씨는 기표 후 나온 자녀의 투표용지를 보고 “잘못 찍었다”며 용지를 찢어 훼손했다.
경남 통영에서는 이날 오전 9시55분쯤 오곡도에 사는 유권자 6명을 태운 29t급 유람선이 표류하는 사고가 났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가 난 배는 오곡도 인근 해상에서 스크류에 부유물이 감겨 오도 가도 못했다. 통영해경은 경비함정을 급파해 유람선을 안전해역으로 예인한 뒤 유권자 6명을 통영시 학림도 투표소로 이송했다. 한철웅 통영해양경찰서장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종료 시까지 도서지역 투표함 이송과 선거업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통영=최종권·안대훈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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