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들었다...역도 '유쾌한 수현씨' 파리올림픽 출전 확정

피주영 2024. 4. 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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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김수현. 송봉근 기자

'유쾌한 수현씨' 김수현(29·부산광역시체육회)이 라이벌을 1㎏ 차로 제치는 짜릿한 승부 끝에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출전권을 따냈다.

김수현은 9일(현지시간) 태국 푸껫에서 열린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81㎏급에서 인상 112㎏, 용상 144㎏, 합계 256㎏으로 5위를 차지했다. 합계 255㎏의 김이슬(24·인천광역시청)을 1㎏ 차로 제쳤다. IWF 월드컵은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김수현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올림픽랭킹 9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이로써 김수현은 파리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김수현은 올림픽랭킹 9위다. IWF 월드컵 여자 종목이 최중량급(87㎏ 이상, 파리 올림픽 최중량급은 81㎏ 이상)만 남은 상태에서 동일 체급 파리 올림픽랭킹이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으면서 톱 10안에 든 선수는 김수현뿐이다. 파리올림픽 역도에는 체급별 12명이 출전한다. 하지만 자칫 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올림픽엔 같은 체급에는 나라당 1명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보다 앞선 순위에 중국과 베네수엘라 선수가 2명씩 있어서 김수현의 실제 랭킹은 7위다. 만약 김수현보다 순위 높은 한국 선수가 있다면 아무리 랭킹이 12위 안에 들어도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반면 김이슬이 '체급별 국가당 1명'이라는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 김수현은 IWF와 인터뷰에서 "무척 긴장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 왼쪽 팔에 문제가 생겼는데 행운이 따라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특유의 유쾌한 성격으로 북한 선수들을 웃게 한 김수현(오른쪽). 장진영 기자

김수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대회 역도 여자 76㎏급에서 합계 243㎏(인상 105㎏·용상 138㎏)을 들어 올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북한 송국향(22·합계 267㎏), 은메달도 북한 정춘희(25·합계 266㎏)가 땄다. 김수현은 경기 후 좀처럼 보기 힘든 북한 선수들의 미소를 끌어낸 '유쾌한 성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북한 송국향(금)과 정춘희(은)는 무표정한 얼굴로 "중국 선수(랴오구이팡)의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된다. 오늘 생일인데 축하 인사를 전한다"며 부상으로 기권한 중국의 랴오구이팡의 안부를 걱정했다. 그런데 김수현은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라며 뒤늦게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김수현의 '엉뚱한 대답'에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던 송국향·정춘희도 순간적으로 '무장해제'됐다. 두 북한 선수는 꾹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모습을 취재진에 들키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만 들썩였다. 아시안게임 기간 내내 이어졌던 남북 선수단 간의 냉랭한 분위기도 이 순간만큼은 사라졌다. 김수현은 이어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쟁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북한 선수들은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림정심은 북한의 역도 영웅이다.

김수현은 '장미란 키즈'다. 롤모델처럼 올림픽 입상을 꿈꾼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수현은 "시상대에서 따로 떨어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북한의 송국향·정춘희 선수가 '같이 찍자'고 했다. 내가 '그래도 돼'라고 물으니 북한 선수들이 '일 없습네다(괜찮다)'라며 먼저 손을 내밀어 기분이 좋았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김수현은 북한 선수 및 코치들과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입상 가능성이 커지자) 북한 김춘희 코치님이 '기회가 왔다'고 말해준 덕분에 더욱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북한 역도 영웅) 림정심 언니를 좋아하는 걸 알고 북한 코치님은 나를 '금심'이라고 부르신다"고 소개했다.

김수현은 "한 북한 남자 선수는 '수현아 나한테 시집와'라고도 농담한 적도 있다. 그 선수는 지금 북한에서 잘 지낸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수현은 '장미란 키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8년 장미란(39·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에서 인상 140㎏, 용상 186㎏을 들어 당시 세계 신기록인 합계 326㎏으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역도에 입문했다. 늦게 입문했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해 고2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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