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절실한 류현진, 마의 70구 징크스 넘을까

이준목 2024. 4. 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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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류현진, 오는 11일 두산전 등판 예정

[이준목 기자]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불펜에서 투구 훈련을 하고 있다. 2024.4.9.
ⓒ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첫 승은 과연 언제쯤 이뤄질까. 올시즌 KBO리그 복귀 이후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류현진이 3전 4기에 도전한다. 류현진은 11일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현재 류현진은 시즌 개막 후 3경기에 출전하여 14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는 물론이고 현재 리그 내 토종 선발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고, 피안타 역시 23개로 가장 많다. 류현진의 피안타율은 .359, 이닝당 출루 허용수(WHIP)는 2.00에 달할 만큼 세부 내용도 좋지 않다.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는 4.1이닝간 무려 9실점(9자책)을 내주며 개인 통산 최다 실점의 불명예 진기록까지 세웠다. 5회 한 이닝에만 피안타 8개, 7타자 연속 타자를 내준 장면은 과거의 류현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일시적인 부진일 수도 있지만, 류현진의 '이름값'에 걸었던 높은 기대에 현저히 못미치는 내용은 야구 팬들과 전문가들조차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할 때 전성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보다는 아직 몇 수 아래인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정상급 성적을 보여줄 것이라는게 대부분의 전망이었다.

소속팀 한화는 개막 직후 10경기만에 8승을 거두며 창단 이후 최고의 초반 페이스를 보였지만, 최근 4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흔들리고 있다.공교롭게도 한화 연패의 시작이 류현진부터였다.

5일 키움전에서 류현진의 패배를 시작으로 6일에는 펠릭스 페냐가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6실점(4자책)의 난조로 원투펀치가 모두 무너졌다. 마지막 7일 경기마저 연장접전 끝에 11회 김혜성의 끝내기 홈런으로 3-4로 석패하며 결국 키움과의 3연전을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9일 두산과의 3연전 첫 경기에서는 불펜이 무너지며 7회 김재환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또 한 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한화는 한때 7연승으로 단독 1위를 차지하며 순위표 꼭대기까지 올라갔지만, 곧바로 4연패를 당하며 8승 6패로 5위까지 떨어졌다. 에이스 류현진의 부진으로 시작된 나비효과가 결국 연패까지 이어지는 빌미가 된 셈이었다.

한화는 류현진에 앞서 10일 경기에서 문동주(1승, 자책점 5.40)를 선발로 낙점했다. 그런데 문동주도 지난 등판이었던 4일 롯데전에서 무려 두 자릿수 피안타(10피안타)을 내주며 5이닝 4실점으로 썩 좋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 선발은 두산의 에이스인 라울 알칸타라(자책점 1.80)다.

만일 한화가 이날도 연패를 끊지 못하면 그 부담은 11일 등판하는 류현진에게 넘어간다. 두산전을 마치면 한화의 다음 상대가 선두 KIA 타이거즈인만큼 여기서 연패 흐름을 먼저 끊어놓고 가는 게 중요하다. 가뜩이나 최근 투구내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연패를 자신이 끊어야 한다는 책임감은, 류현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류현진은 현재 한화 선발 중 유일하게 아직 선발승이 없는 투수이기도 하다.

변수는 류현진의 체력 문제가 꼽힌다. 류현진은 앞서 등판한 세 경기에서 모두 투구수가 60, 70구 이상을 넘기는 시점부터 구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이 올시즌 허용한 23개의 피안타 중 3회까지는 7개에 불과했으나, 투구수가 늘어나고 경기 중후반인 4~6회에만 무려 두배가 넘는 16개를 허용했다.

지난달 23일 LG와의 개막전에서도 4회 2사까지 2실점으로 무난했던 류현진은, 야수진의 실책도 있었지만 투구수가 70구를 넘기면서 3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마운드에서 강판당했다. 지난달 5일 키움전에서 7타자 연속타자를 허용한 것도 모두 70구 이후의 상황이었다. 이러한 구위 하락은 아무래도 체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는 류현진의 최대 강점인 제구력까지 덩달아 흐트러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냉정히 말해 이제 류현진은 더 이상 한화 1기 시절처럼 상대 타자를 구위로 찍어누르며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로는 여러 차례 큰 수술과 재활을 겪으며 신중한 몸관리가 요구되는 데다,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뒤늦게 한화에 합류하면서 몸상태를 차근차근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했다.

류현진에게 1선발의 부담을 내려놓게 하고 등판 일정과 로테이션을 좀더 여유롭게 조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류현진이 최악의 투구내용을 보여준 키움전은 직전 KT전 이후 우천취소와 류현진 본인의 요청으로 '6일 휴식'이라는 여유있는 기간을 두고 등판한 경기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70구가 넘어가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키움전에서 당시 81구를 던졌던 류현진은 이번엔 5일 휴식 이후 두산을 만나게 된다. 류현진이 만일 두산전에서도 첫 승에 실패하고 동일한 문제점을 노출한다면, 한화 코칭스태프로서도 류현진의 기용방식에 대하여 변화를 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분간 류현진의 선발등판 간격을 여유있게 조정하여 시간을 두고 몸 상태를 올릴 시간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다행히 올시즌의 한화는 페냐, 산체스, 문동주, 김민우에 지난달 31일 KT전에서 대체선발로 첫 선발승을 신고한 유망주 황준서까지 있어서 여유있는 6선발 체제도 가능한 상황이다.

류현진이 체력과 제구력을 빨리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현재의 구위로는 고작 3-4이닝용 선발투수로밖에는 활용하기 어렵다. 류현진을 메이저리그에서 복귀시키기 위하여 8년 170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1선발급 에이스로 기대했던 한화로서는 굉장히 난감해진다. 과연 류현진은 네 번째 등판에서 자신을 둘러싼 우려와 의구심의 시선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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