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호 형을 위해 더 집중했다"…힘들었을 선배 위한 '박준영의 솔로포' [잠실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준영의 2024 시즌 홈 구장 첫 홈런은 '동료애'가 원동력이었다. 마음고생이 클 팀 선배 강승호를 위해 더 집중했고 역전승의 초석을 놓는 홈런포로 연결됐다.
두산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지난 6~7일 부산 사직 원정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연패를 당했던 아쉬움을 털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이날 게임 초반 투타 모두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1회말 1사 1·3루에서 4번타자 김재환이 2루수-유격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를 치면서 기선 제압 기회를 놓쳤다.
2회말 득점 찬스 무산도 아쉬웠다. 2사 후 박준영의 볼넷 출루와 김대한의 2루타, 김태근의 몸에 맞는 공 출루로 상위타선에 만루 찬스가 연결됐지만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정수빈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득점을 얻지 못했다.
두산은 외려 치명적인 수비 실수로 한화에게 빅이닝의 빌미를 줬다. 선발투수 김동주가 3회초 한화 선두타자 최인호에게 평범한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두산 2루수 강승호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김동주는 문현빈을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1사 1·2루에서 한화 4번타자 노시환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1루 주자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김동주는 2사 후 안치홍, 채은성, 이진영에 연이어 적시타를 맞고 3점을 내줬다. 강승호의 실책이 없었다면 실점 없이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김동주와 두산, 강승호까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강승호는 두산이 0-3으로 뒤진 4회말 무사 1루에서 안타를 쳐내며 자신의 수비 실책을 조금은 만회했다. 그러나 팀이 1-3으로 끌려가던 6회말 무사 1루에서는 병살타를 치면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박준영은 강승호의 병살타 직후 타석에 들어서면서 평소보다 더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선배가 자책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든 게임 흐름을 바꿔 놓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박준영은 답답하던 흐름을 바꿔놨다. 한화 우완 이민우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쳐냈다. 두산은 박준영의 홈런으로 2-3으로 스코어를 좁힐 수 있었다. 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이민우의 4구째 143km짜리 직구를 완벽한 스윙으로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의 타구를 날려 보냈다.
박준영은 지난 6일 사직 롯데전에서 2024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한 뒤 사흘 만에 또 한 번 짜릿한 손맛을 보게 됐다. 두산은 박준영의 솔로 홈런 이후 7회말 터진 김재환의 역전 결승 3점 홈런으로 드라마를 완성했다.
박준영은 경기 종료 후 "강승호 형이 수비 실책도 있었고 (6회말) 내 앞 타석에서 병살타를 쳐서 마음이 조금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승호 형을 위해 내가 어떻게든 살아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하고 짧은 스윙을 했던 게 좋은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최근 타격감이 좋다기보다는 심적으로 간단하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안 맞는다고) 너무 깊게 빠지기보다는 좋은 것만 떠올리면서 매 타석을 첫 타석이라고 마음먹고 타격하니까 이렇게 한 번씩 좋은 결과를 얻는 것 같다"며 "타석에서 너무 힘이 들어가면 역효과가 크다는 걸 느꼈다. 배트에 정확하게 맞추려고 노력하니까 점점 좋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024 시즌 준비 과정에서 일찌감치 박준영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하는 안정된 수비 능력에 장타력까지 겸비해 대형 내야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박준영은 지난달 23일 정규시즌 개막 직후 타격감이 뚝 떨어지기도 했지만 서서히 페이스를 회복 중이다. 박준영 스스로도 이승엽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음을 더 굳게 먹고 있다.
박준영은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기용해 주시는 만큼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수비에서 팀에 기여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 내가 (선발) 라인업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만큼 형들이 많이 자신감을 심어주신다. 덕분에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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