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 찍힌 YTN 간판프로 끝내 '결방', 담당앵커는 타 부서로

신상호 2024. 4. 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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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방송 YTN 잔혹기③] 대국민사과, 돌발영상 해명 요구에 사측 "적법했다"... 무더기 '결방' 일주일 넘겨

지난 2024년 2월 YTN의 대주주가 유진기업으로 바뀌면서 수십년간 이어져온 YTN의 공적소유 체제는 막을 내렸다. 유진 측은 과거 대량 해직사태 주범인 김백 사장을 임명했다. '민영방송 YTN 잔혹기'는 김백 사장 이후 YTN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한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지난 3일 YTN의 대국민 사과 방송. 김백 신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YTN
  
김백 YTN 사장은 취임날 단행한 임시 편성체제 개편의 여파로 보수 언론단체의 집중 공격을 받던 YTN 뉴스 프로그램과 앵커들이 사라졌다. 또 김백 사장의 기습적 대국민사과, 돌발영상 불발 등에 대해 사측이 해명해야 한다는 YTN 구성원의 요구는 사실상 묵살됐다. 김백 사장은 2008년 당시 YTN 경영기획실장으로 있으면서 대량 해직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2024년 4월 8일] 돌발영상 불방 해명 요구에 경영진 "적법"

지난 8일 오후 4시, YTN 3층 보도국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방송위원회 임시회의. 한동오 공정보도추진위원장 등 노조 측 위원 4명과 김백 사장이 임명한 김종균 보도본부장, 김응건 보도국장, 김호준 편집부국장, 이승윤 이슈기획팀장 등이 마주 앉았다. 

이날 회의는 김백 사장의 대국민사과, 돌발영상 불발 등으로 YTN 구성원들의 여론이 들끓자, 노조 측이 개최를 요구해 열렸다. 공정방송위원회 임시회의는 사측이나 노조 측이 공정방송 관련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최한다. 노조는 김백 사장의 대국민사과 방송이 방송 당일 편집부 PD들의 거부에도 강행됐고 돌발영상 불방도 현업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임시회의에서도 노조 측은 두 조치에 대해 사측의 공식해명을 요구했지만, 간부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종균 보도본부장 등은 "(대국민 사과 등이) 적법한 조치였기 때문에 임시회의 소집 요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돌발영상 불발은 방송법 제6조에 따라 적법했고, 대국민사과 방송도 방송법 제4조에 따라 적법하게 방송 편성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노조 측이 "공정방송위원회 회의 자체를 거부하는 거냐"고 물었지만, 사측은 "회의는 개최했고 사측 입장을 알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임시회의는 30여분만에 끝이 났다. 

다음날인 9일 오전 YTN 공정방송추진위원회(노조 측)는 사내 전산망에 '사측의 안건 거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올렸다. 추진위는 "김백 사장 취임 후 2주도 안돼 공정방송협약은 누더기가 되고 있다"며 "사장을 뽑을 때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제1조 2항, 보도국장 후보자를 지명해 구성원의 동의를 요청하는 제4조, 보도국장은 사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제2조 2항, 회의 소집을 요청받으면 반드시 회의에 임해야 한다는 제9조 2항 등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공정방송협약은 노사 단체협약의 하나로, 법적구속력 있는 자치적 노동법규"라면서 "지배구조의 변화와 무관하게,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언론인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긍지까지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4년 4월 9일] 결방 일주일... 보수단체가 찍은 프로그램-앵커, 모두 '아웃'
 
 YTN <뉴스라이더> 홈페이지 화면. 지난 1일 이후 방송되지 않고 있다.
 

YTN은 김 사장이 취임한 지난 1일부터 임시편성 체제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기존 뉴스 프로그램들이 일시에 사라지고 9일 현재 'YTN 24'란 이름의 뉴스프로그램만 연속 방영되고 있다. 프로그램 존폐를 결정하지 않은 채 단행된 임시편성이었기에 <굿모닝 YTN> <뉴스 나이트> <뉴스라이더> 같은 기존 프로그램들은 9일 현재 일주일 넘게 '결방' 상태다.

사측은 "기존 뉴스 프로그램은 폐지가 아닌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내부 검토 뒤 지속 혹은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YTN 측은 새롭게 임명된 간부들을 중심으로 편성개편TF를 꾸려, 프로그램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임시편성에 따라 보수 언론 단체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뉴스 프로그램과 방송 앵커들이 일시에 사라졌다. 특히 김백 사장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공정언론국민연대는 그간 <뉴스라이더>,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등을 편향적이라며 집중 공격해왔다. 

<뉴스라이더>는 김대근, 안보라 앵커가 뉴스와 함께 앵커 리포트, 뉴스 인물 인터뷰 등을 전달하는 YTN 간판 아침 뉴스 프로그램이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YTN '뉴스라이더' 보도의 한 장면
ⓒ YTN
 
공정언론국민연대는 <뉴스라이더>의 이태원 참사 분향소 설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등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6일 <뉴스라이더>가 이태원 참사 분향소 설치 문제를 다루면서 '대통령 사과' 등을 주장하는 유가족 입장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이 단체는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한 유가족 측의 입장만 강조하고 서울시의 입장은 제대로 다루지 않아 마치 서울시가 분향소 강제 철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고 봤다. 

이 단체는 아울러 지난해 2월 22일 <뉴스라이더>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보도에 대해서도 "앵커가 전하는 리포트(단신+인터뷰 구성)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이슈를 다루면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입장을 국민의힘에 비해 3배 넘게 방송했다"며 문제 삼았다.

이번 임시 개편으로 <뉴스라이더>는 편성에서 사라졌고 포털 사이트에도 '결방'으로 안내되고 있다. 또 앵커였던 김대근 앵커는 국방부 출입기자로, 안보라 앵커는 편집부 PD로 발령받았다. 방송시간이던 오전 8시에는 다른 앵커가 진행을 맡고 있다. 

공정언론국민연대의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었던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의 박지훈 변호사는 지난달 29일자로 긴급 하차했다. 후임으로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배승희 변호사가 진행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담당자로부터 전날 통보를 받았다, 전날 라디오이사가 새로 발령나면서 아마 지시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동오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방송 편성과 관련해서도 단체협약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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