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정말 극단 선택일까?
[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정부는 해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겠다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살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회장 이동우)에 따르면, 올해 1월 통계청이 집계한 자살 사망자 잠정치(경찰청 자료)는 1천30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987명)에 견줘 32.3%(319명)나 급증했다. 2021년(998명), 2022년(1004명)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다.
협회는 2023년 연간 국내 자살자 또한 2022년 대비 755명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자살자에 대한 공식 통계는 이듬해 9월에야 취합돼 발표되는 구조다. 다만, 자살의 증감을 분석하고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경찰의 사망자료를 활용한 자살 잠정치가 2개월 간격으로 발표된다.
올해 자살은 남성 사망자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여성 자살 사망자는 지난해 1월 298명에서 올해 1월 325명으로 9.1% 늘어났지만, 남성 자살 사망자는 689명에서 981명으로 42.4%나 급증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12월 배우 이선균 씨의 자살 사망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북반구에서 전통적으로 봄철에 우울증과 기분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자살률이 더욱 증가하는 시기라는 점도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동우 자살예방협회장은 "자살과 관련한 여러 요인이 입증되려면 경찰이 조사한 사망원인, 나이, 직업, 수단, 장소 등에 대한 분석이 시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까지는 통계청이 자살 잠정치의 전체 숫자와 남녀비율만 공개하고 있어 민간에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절망감,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 등이 지난해 자살 증가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언론은 언제부터인가 자살을 '극단 선택'이라고 쓰고 있다. 여기서 극단은 '길이나 일의 진행이 끝까지 미쳐 더 나아갈 데가 없는 지경'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담겨 있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극단 선택이라는 말로 우회해 표현함으로써 타인에게 미칠 수 있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용어 선택이다.
그런데, 과연 이 용어 선택이 자살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극단 선택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자살을 마치 선택의 문제인 것처럼 귀결시킬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살에 이르기까지에는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 압박, 감정적 고통, 외부환경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최종 결정이 항상 개인의 완전한 선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 예방은 이런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적절한 지원과 조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동우 협회장은 "자살이 사회문제가 된 이후 언론에서 극단 선택이라는 표현이 더 많이 쓰이고 있지만, 자살이라는 결과물이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처럼 비치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향후 극단 선택이 가지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 선택에 대해서도 언론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자살을 예방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이미 우리나라 자살예방법은 3조와 4조에서 '국민은 자살위험에 노출되거나 스스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살위험자를 위험으로부터 적극 구조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각각 규정했다.
현 자살자 증가 상황을 국가적인 위기로 보고 적극적인 자살 예방대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성의 경우 코로나19 시기부터 급격히 증가한 마약과 온라인 도박 또한 자살률 증가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 두 가지가 다 불법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과 함께 중독 문제를 겪는 국민들에 대한 치료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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