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으로 간 볼쇼이 발레단 갈라공연…주최측, 대관 관련 가처분 신청

장지영 2024. 4.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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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은 대관 계약 내용 변경에 따른 재심의 받아야 한다는 입장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들의 갈라공연을 주최하는 발레앤모델이 세종문화회관 상대로 대관계약을 이행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발레앤모델과 세종문화회관 사이의 갈등은 공연 내용 변경에 따른 재심의와 관련돼 있다. 오는 16~18일 공연이 예정된 만큼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이번 주 안에 법원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발레앤모델은 지난달 30일 ‘볼쇼이 발레단 갈라콘서트 2024 in 서울’이란 타이틀로 추진하던 공연에서 볼쇼이 발레단을 빼고 주최 측의 명칭을 넣은 ‘발레앤모델 슈퍼 발레콘서트 2024 in 서울’로 타이틀을 변경한다고 SNS로 공지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볼쇼이 발레단의 이름을 뺌으로써 상징성을 없애고 민간 문화 교류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발레앤모델은 수석무용수 6명과 솔리스트 2명 등 총 8명이 참여해 유명 발레의 파드되(2인무) 9개와 솔로춤 1개를 선보인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문제는 대관 당시 계약된 공연 내용이 변경될 경우 세종문화회관 대관 규정에 따라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최 측이 불가피한 이유로 변경해야 할 경우 세종문화회관이 공연계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대관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발레앤모델과 처음 대관 계약했을 때의 공연명은 물론 출연진과 프로그램 등 내용이 대폭 바뀐 만큼 규정에 따른 재심의를 공지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하라고 일관되게 공지했다. 하지만 발레앤모델이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볼쇼이 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수석 무용수 알료나 코발료바와 이고르 게라셴코가 파드되를 추고 있다. 볼쇼이 발레단-발레앤모델

8일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공연명 변경과 함께 티켓 오픈 공지가 나간 것은 대관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세종문화회회관 내부 행정 프로세스에 의해 진행됐다. 발레앤모델은 이후 SNS를 통해 9일 오후 2시부터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9일 오후 2시 이후에도 티켓 판매가 되지 않았는데, 공연 내용 변경에 따른 대관심의위원회 재심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세종문화회관의 입장이다. 여기에 발레앤모델이 세종문화회관을 상대로 지난 5일 대관 계약을 이행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만큼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9일 법원에서 첫 변론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최준석 발레앤모델 대표는 9일 저녁 SNS에 “티켓 오픈이 되지 못한 이유를 알 길이 없다”면서도 “처음부터 ‘이 공연을 스스로 내리지 않으면 절대 승인해 주지 않겠다’며 저를 협박하셨던 단 한 분은 이 일이 왜 이렇게 벌어지는지에 대해 스스로 아시겠지만, 이제 공연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이 상황…”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관의 최고 책임자인 안호상 사장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푸틴의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를 앞세운 ‘모댄스’ 공연이 논란 끝에 취소된 상황에서 이번 공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댄스’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입장문을 낸 뒤 예술의전당과 기획사가 관객과 아티스트의 안전을 이유로 취소를 결정했다. 이번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들의 갈라공연과 관련해서도 지난 7일 재한 우크라이나 공동체가 세종문화회관 야외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볼쇼이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발레앤모델 슈퍼 발레 콘서트’ 취소 촉구 기자회견 및 시위를 열었다. 다만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대관 관련해서 외부 요인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결정할 뿐”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세종문화회관과 발레앤모델이 절충점을 찾기는 어려운 만큼 법원 결정이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에서 발레앤모델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바로 티켓 판매가 시작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내용 변경에 따른 재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럴 경우 재심의를 받고 예정대로 공연을 개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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