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51석? 범야권 180석? 국힘 135석?…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
4·10 총선에서 여야가 획득한 의석수에 따라 정국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무력화될 수도, 국정 운영의 활로를 열 수도 있다. 각종 법안이나 예산안 통과, 개헌도 의석수에 달려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변수는 단독 과반 여부다.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합쳐 151석 이상의 과반일 경우 21대 국회에 이어 입법권을 움켜쥐게 된다. 먼저 의사일정을 확정하고 직권상정 등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 자리를 갖고 간다. 당에선 6선을 노리는 추미애 경기 하남갑 후보와 친명 핵심인 조정식 경기 시흥을 후보가 일찌감치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민주당 협조 없이 할 수 있는 게 확 쪼그라든다. 단독 입법과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대법관·감사원장 등도 임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151석은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으로 이겼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간주된다. 이 대표도 유세 현장에서 “151석이 목표”라고 강조해왔다.
민주당 단독 과반이 안 되면 초식이 복잡해진다.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국회의석 과반을 위한 야권 연대가 필수다. 이 경우 이번 총선의 '돌풍'이라 할만한 조국혁신당의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몸집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정치학) 교수는 “1당인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정국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그림이 펼쳐질 수 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겐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협의에 따라 국회부의장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된다. 국회법 1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부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 득표로 당선된다. 가깝게는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박주선,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았다.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합종연횡 때 자민련 소속인 박준규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된 전례도 있다.
조국혁신당이 무소속이나 더불어민주연합 내 시민단체·진보당·새진보연합 세력과 연합해 별도의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교섭단체는 국회 각 상임위에 간사를 둘 수 있다. 국회의 각종 현안은 간사 간 협의로 풀리는 경우가 많다. 조국혁신당 측 간사가 협상 테이블에 합류하면 '야권 2 대 여권 1'의 구도가 된다. 조국혁신당 1호 공약인 ‘한동훈 특검법’ 등의 의결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권 정당이 선전해 '범야권 180석'을 얻으면 여당의 지연 작전을 무력화할 수 있다.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이 상임위에서 60일 이상 계류되면 범야권 상임위원들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의원 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민감한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도 가능하다.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도 24시간 뒤 강제종료 시킬 수 있다. 이는 범야권이 180석을 넘겼던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이 이미 휘두른 칼이다.
180석이 무소불위일 것 같지만, 여권엔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마지막 견제 카드가 남아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재의결할 수 있다. 여당이 101석만 돼도 재의결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 카드도 힘을 잃는 건 범야권이 200석을 넘겼을 때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무의미해지고, 범야권은 완력으로 원하는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다. 이 경우 여당의 정치적 공간은 국회가 아닌 거리일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아스팔트 위에서 시위하면서 민심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야권을 막을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200석 이상이면 헌법개정안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고, 국회의원 제명도 가능하다. 다만 개헌은 국민투표(유권자 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를 거쳐야 한다. 탄핵소추안도 대통령의 명백한 위법이 증명돼야 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야당 우세론을 뚫고 1당이 되면 국정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과반에 못 미치더라도 “국민이 안정론에 힘을 실었다”는 정치적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은 국민의힘이 얻을 의석수와 직결돼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한 위원장의 정치적 성공의 기준점은 135석”이라며 “이는 민주당의 단독 과반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이라고 설명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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