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권력" 823회, 한동훈 "범죄" 781회…네거티브 말폭탄
4·10 총선기간 여야 지도부의 메시지는 정책·비전보다는 상대방을 향한 공세가 주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8일까지 12일간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식 유세 발언을 중앙일보가 전수 조사한 결과다. 한 위원장은 120차례 유세에서 37만3343자를, 이 대표는 59차례 유세에서 28만4254자의 말 폭탄을 쏟아냈다. 두 사람은 국민(한동훈 652회·이재명 1486회)과 시민(한동훈 402회·이재명 86회)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한 위원장은 ‘이·조 심판’, 이 대표는 정권 심판을 내세웠다.
구체적 단어를 살펴보면 한 위원장은 ‘범죄’(781회), ‘조국’(540회), ‘이재명’(498회)을 강조했다. 조국 대표에 대한 언급 빈도가 이재명 대표보다 높았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 첫날인 지난달 28일 “범죄 연대 세력, 이·조 세력을 심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후보 도덕성 논란도 자주 언급했다. ‘이대생 성 상납’ 등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선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가 242회, 사기 대출 의혹의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가 193회 등장했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서자 ‘문재인’을 103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 기간 후반부에 갈수록 야권 200석을 부각했다. ‘200석’은 122회, 개헌은 50회 언급됐다. 한 위원장은 9일 서울 강동 유세에서 “저 사람들(야당)이 200석을 얘기한다. 200석이 만들 무시무시한 신세계를 생각해달라”며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 투표도 724차례 말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반면에 이재명 대표가 강조한 키워드는 ‘권력’(823화), ‘정권’(396회), ‘주권’(301회), ‘심판’(106회) 등으로 정권 심판론에 초점을 두었다. 이 대표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해달라”며 마지막까지 정권 심판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259회), ‘대통령’(211회)도 200차례 넘게 강조했다. 대신 ‘한동훈’은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선거 구도를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적 배제로 풀이된다. 또한 한 위원장이 강조한 ‘범죄’가 이 대표 메시지에선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경제 관련 단어도 여러차례 나왔다. ‘경제’ 427번, ‘물가’ 55번, ‘대파’ 40번 등이다. 대신 ‘김건희’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8일 증권사가 밀집한 서울 여의도 유세 중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을 벌었다면 단속해야 하는데, 특정인에 대해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이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백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은 피했다. 대신 사전 투표소 대파 반입 금지 논란이 일자 5일 대전과 충남 공주 유세 중 “대파가 안 되면 ‘디올백’ 들고 가는 것도 안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김 여사 언급 자제는 배우자 리스크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는 지난 2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네거티브 발언에 치중하면서 두 사람 모두 ‘저출산’, ‘고령화’ 등 생활 밀착형 단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 위원장은 ‘5세 이상 무상 보육’ 공약 관련해 ‘출산’과 ‘육아’를 34차례 언급했다. 이 대표는 출산을 한 번 언급한 게 전부였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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