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한 딸, 엄마는 억장 무너졌다…'학교 밖 초등생' 2만명

신혜연 2024. 4.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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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을 앓고 있는 A양(13)은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조퇴를 반복하던 A양은 2년 전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사진은 A양이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인천 부평구에 거주 중인 A양(13)은 2년 전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2020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낀 채 등교하는 날이 이어지다 보니 천식이 심한 A양은 1교시 수업만 듣고 조퇴를 하며 ‘홈스쿨링’을 하게 됐다. 학교 수업을 1교시밖에 못 듣다 보니 집에서 대부분 수업 내용을 예습해야 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4학년이 되자 학교 가는 의미가 전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이미 학교에서는 자기들끼리 무리가 만들어져 우리 아이가 끼어들기도 어려울 것 같고, 혼자 공부하는 습관이 잡혀버렸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 아이도 학교에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A양은 중학교도 진학하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A양은 이달에 치러질 초등학교 검정고시와 8월에 치러질 중학교 검정고시를 동시에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학교 밖 청소년 B양(16)이 걸어가고 있다. B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과 불화로 우울증을 앓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학교를 그만 둔 이후 집 안에만 머무는 B양을 집 밖으로 꺼내기 위해 온 가족이 꿈드림 센터 근처로 이사도 왔다. 다행히 B양은 최근 또래와 밴드 활동을 하며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김현동 기자.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거주 중인 B양(16)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새 친구를 사귀지도 못한 채 B양은 학교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B양의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는 딸이 조금이라도 밖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집 안에만 있는 아이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하니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라도 보내려고 아예 집을 근처로 옮겼다. 그런데 프로그램 상당수가 선착순인 데다 대부분 17~18세 청소년을 위한 직업 체험행사들뿐이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영옥 기자

의무교육 밖으로 밀려난 ‘학교 밖 초등학생’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2년)간 학업중단을 택한 초등학생 수가 1만6422명에서 1만9415명으로 18% 증가했다. 중·고교 학교 밖 청소년은 같은 기간 각각 5% 증가하고, 2%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더욱이 같은 기간 전체 초등학생은 271만명에서 260만으로, 10만명 가까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당시 장기간 학교 폐쇄와 비대면 교육이 ‘학교 밖 초등학생’ 증가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2023년 말 발간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의 운영 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는 2022년에 학교 밖 청소년 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를 겪으며 학교에 부적응한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점과 더불어 학교에서 교육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으로는 학교 밖에서 본인의 진로와 진학을 자기 주도적으로 개척하가겠다는 청소년들이 늘어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생 90명을 포함한 서울시의 학교 밖 청소년 245명을 상대로 학업중단 사유를 설문 조사한 결과 ‘학교수업이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과 다르거나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검정고시를 보는 게 낫겠다’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다’ ‘코로나19 원격수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수업 불만이 128명(52.2%)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심리적·신체적 건강상 어려움(40명·16.3%), 교사·친구와 갈등 및 학교폭력(28명·11.4%) 순이었다.

‘학교 밖 초등학생’이 학교를 떠난 뒤 기댈 곳은 많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주무 기관은 여성가족부 산하 꿈드림 센터다. 이곳에도 15세 미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A양의 경우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습 멘토를 신청했으나, “초등학생을 위한 자원봉사자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인천 미추홀구꿈드림센터 황상희 팀장은 “학교밖센터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17~18세 청소년들이 대다수였다면, 요즘은 초등학생, 중학생 연령의 학교 밖 청소년들도 문의가 많이 오는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그냥 돌려보낼 때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인천 미추홀구 꿈드림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자가 한국사 강의를 하고 있다. 신혜연 기자.


교육부가 의무교육 대상인 학업중단 초·중학생을 위한 ‘꿈이음’ 사업은 홍보부족과 접근성 부족으로 외면 받고 있다. B양은 검정고시 준비 과정에서 꿈이음 온라인 수업을 듣고자 했지만 직접 센터까지 방문해야만 수강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유료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고 한다.

현장에서는 인력과 예산 부족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꿈드림센터는 222개로, 종사자 인원은 총 706명이다. 1개소당 3.18명의 인력이 배분되는 셈이다. 인력이 비교적 충분한 경기도도 1개소당 종사자 수가 3.7명에 그친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예산은 2020년 184억 9300만원에서 2024년 226억 3500만원으로 늘어났지만, 다양해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꿈드림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숫자는 2019년 4만 8250명에서 2023년 3만 8329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그나마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별도로 운영하는 5개 ‘친구랑’ 센터에서 초등국어, 초등사회 등 학습 지원과 초졸 검정고시 교재 지원 등을 한다.

전문가들은 학업중단을 택하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점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박명욱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개성이 강하고 집단생활에서 오는 불편함,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인내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거부감을 갖는 세대”라며 “이에 더해 계층 간 위화감이 심해지고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교 수업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등 학교를 떠날 이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학교라는 교육기관으로부터 밀려난 청소년들이 여러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학교 안에 있을 때 만큼의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인력과 예산이 없어 운영이 잘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며 “여가부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의무교육 기간이라는 점에 착안해 교육부에 배정된 예산 일부도 학교밖청소년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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