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장기화에 예비 간호사 ‘불똥’

최수진 2024. 4. 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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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의 불똥이 예비 간호사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각 병원이 재정난을 호소하며 간호사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어서다.

9일 간호업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이 불거진 이후 신규 간호사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이직을 위해 컨설팅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간호사 김모(27)씨는 "이직 절차 과정에서 앞순번 대기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돈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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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재정난 신규 채용 연기·취소
합격했더라도 입사 무기한 미뤄져
지망생들 사비 들여 취업 스펙 쌓기
한 간호사가 3일 경기도 수원시 한 내과 입구에 의대 증원 반대로 오후 진료를 휴진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수원=최현규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의 불똥이 예비 간호사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각 병원이 재정난을 호소하며 간호사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어서다. 간호학과 학생들이 각자 사비를 들여 스펙 경쟁에 나서는 등 간호사 취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9일 간호업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이 불거진 이후 신규 간호사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충남 천안의 A병원은 3~4월 두 달간 지원자들에게 간호직 신규 채용 인원이 0명이라고 통보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B병원도 채용 희망자에게 5월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자를 보냈고, 부산 C병원은 아예 간호사 채용 자체를 취소했다.

간호사 채용 시험 합격 후 입사 시점이 무기한 미뤄지는 ‘입사 지연 사태’도 심화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입사할 예정이던 이모(23)씨는 최근 예비소집일 바로 전날 입사가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의료진 공백으로 환자가 줄면서 병원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씨 뒤에는 이미 200명 가까운 간호사가 대기 중이라고 한다. 이씨는 “취업 대기가 심한 간호업계에서조차 이런 상황은 흔한 일이 아니다”며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 간호대학 후배들의 취업이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집단행동 여파로 병원들이 간호사 채용을 연기하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안내하는 문자를 간호사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독자 제공


취업 불안감에 간호사 지망생들은 사비를 털어 스펙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 한 간호대학에 다니는 4학년 백모(23)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자기소개서 첨삭과 모의면접을 진행하는 유료 컨설팅을 수강하고 있다. 백씨는 회당 10만원인 강의를 듣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번 50만원을 투자했다. 백씨는 “채용 상황이 절망적이어서 수강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9만원짜리 자기소개서 첨삭 강의를 수강한 간호학과 4학년 김모(24)씨도 “동기들도 취업 걱정에 컨설팅을 많이 신청하고 있다”며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께 의지해 수강료를 낸다”고 말했다.

고용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건 현직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직을 위해 컨설팅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간호사 김모(27)씨는 “이직 절차 과정에서 앞순번 대기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돈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간호사 면접 컨설팅을 진행하는 서울 강남구 한 간호학원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수강을 문의하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간호사 처우 개선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간호사는 수가 보상이 없어 임금 격차가 크기 때문에 처우가 좋은 병원에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신규 간호사 채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호관리료 등 간호사에 대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정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교수도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간호사 취업 자체를 고민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현장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법 개정 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orc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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