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오식 (8) 다시 중동으로… 대규모 수출항만시설 공사 수주 성공

신은정 2024. 4. 1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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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복귀 후 비서실에서 4년 6개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3년, 다시 본사로 복귀해 근무한 지 3년 7개월이 된 때였다.

차장 3년 차로 다시 해외에서 근무할 차례가 됐는데 쿠웨이트 지사장 자리가 났다.

당시 차장이 지사장으로 나가는 것은 흔치 않았다.

40대 초반의 차장이 중동 중에서도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쿠웨이트에서 발주처 인사나 대리인과 대등한 관계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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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억 회수 목표로 쿠웨이트 발령
미수금 조기 회수는 어려워졌지만
수출 항만시설 공사 발주 정보 입수
입찰 참여,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
권오식 보국에너텍 부회장이 2000년 현대건설 쿠웨이트 지사장 시절 현지 은행인 NBK의 샤이카 알바하르 부행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그는 당시 우여곡절 끝에 아흐마디 수출항만시설 공사를 수주했고 그 과정에서 알바하르 부행장의 도움을 받았다.


본사 복귀 후 비서실에서 4년 6개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3년, 다시 본사로 복귀해 근무한 지 3년 7개월이 된 때였다. 차장 3년 차로 다시 해외에서 근무할 차례가 됐는데 쿠웨이트 지사장 자리가 났다. 당시 차장이 지사장으로 나가는 것은 흔치 않았다. 더군다나 당시 지사장은 이사급 임원이었다. 그 때문에 차장이 후임으로 부임하는 것에 반대가 있었다. 40대 초반의 차장이 중동 중에서도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쿠웨이트에서 발주처 인사나 대리인과 대등한 관계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김광명 당시 사장은 ‘수전력성(MEW·Ministry of Electricity&Water)으로부터 받을 미수금 270억원을 빨리 받는 것이 목표이니 권 차장을 보내라’고 결정했다. 당시 쿠웨이트는 매우 어려운 시장으로, 회사는 새로운 사업을 유보한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첫 지사장으로서 쿠웨이트 지사에 발령받았다. 그러나 내 임무인 미수금 조기 회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임 6개월 만에 발주처 차관으로부터 이를 확인했다. 내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나는 새로운 명분이 필요했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아내는 현지 한인교회 새벽기도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는 “하나님은 약한 자를 들어 쓰신다”며 나를 위로했다. 나도 “그래야 하나님의 능력이 더 빛이 나시겠지”라고 화답했다.

그때 아흐마디 수출항만시설 공사가 발주된다는 정보를 들었다. 나는 현대건설이 잘하는 이 항만공사를 수주해야 했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지 말라는 본사 지침이 있었기에 우선 이 공사 입찰에 참여하고 수주에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본사를 설득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발주처 입찰서 발급 전에 발주처 공사국장을 설득해 우리 공사 수행 공법을 적용하게 만들었고 대리인으로부터 사전에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 경쟁 업체의 동향을 분석해 우리가 입찰에 승산이 있다는 것을 본사도 결국 이해했다. 그렇게 입찰에 참여해 가장 낮은 금액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됐다.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되고서도 계약이 유보됐다. 당시 현대건설이 유동성 문제로 부도가 날지도 모르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찰 2위 업체 대리인의 방해 공작으로 우선 협상 결정이 취소될 뻔했다.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나님 도와주시옵소서. 저의 나약한 힘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발주처는 현대건설이 공사 수행을 끝까지 한다는 보증서를 가져오면 계약하겠다고 했다. 나는 현지 최대 은행인 NBK(National Bank of Kuwait)에 매일 출근했다. 행장과 부행장, 담당부장을 번갈아 만나 사정하고 설득했다. 부정적이던 NBK는 입장을 변경해 행장의 한국출장을 통해 발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한국출장을 다녀와서 선수금 보증서와 수행 보증서를 발급해 줬다. 덕분에 계약이 체결됐다.

나와 아내는 노력 안에서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한 것에 대한 응답이라고 여기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 또한 약한 자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다시금 깨달았다.

정리=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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