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묵상은 기본… 육필 원고 암기, 청심환 먹기도
설교는 목사들의 숙명과도 같다. 교육전도사 때부터 시작하는 설교는 전임전도사와 부목사, 담임목사로 이어지는 목회 기간 내내 횟수와 비중이 늘어난다. 담임목사가 되면 설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새벽기도회부터 수요일과 금요일 예배, 주일 설교를 목사 한 명이 담당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주일설교다. 주요 교회 목회자들의 주일설교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는 10여년 전부터 한 주 전 주일설교 준비를 마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여유롭게, 보다 완벽한 설교 원고를 쓰기 위한 습관이다. 이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리 설교를 준비하면 더 깊이 묵상할 수 있고 퇴고를 수차례 반복하며 설교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미리 설교를 준비해 놓으면 장례 등 뜻하지 않은 심방에 대처하기에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박세광 부산남도교회 목사에게도 이 노하우를 소개했는데 ‘설교 준비에 자유를 얻었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그만큼 미리 준비하면 여유롭게 설교 전달에 필요한 여러 과정을 세심히 준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내년도 설교까지 준비를 마쳤다. 최근 기자와 만난 김 목사는 “설교 영감이 떠오르면 집중해 준비하는 습관이 있는데 안식년이라 미리 설교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육필로 주일설교를 쓴다. 때때로 설교 분량이 대학노트 10장을 넘어가기도 한다. 고 목사는 “직접 쓰는 건 말씀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원고를 반복해 다듬으며 퇴고하다 보면 거의 암송하는 수준이 된다. 그래도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 목사는 또 “하나님이 마음에 주시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하는데 원고 이외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실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고에 따라 설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설교 원고의 퇴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자 원고지로 100장 이상 원고를 쓴 뒤 빨간펜으로 수차례 수정하고 다시 출력해 내용을 보완한다. 원고뿐 아니라 설교에 어울리는 사진과 영상 등도 함께 준비한다.
왕대일 하늘빛감리교회 목사는 감리교신학대 교수 은퇴 후 부임한 교회에서 창세기부터 학개 스가랴 말라기까지, 또 마태복음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신구약 66권 전체를 매주 순서대로 본문으로 정한 뒤 설교를 준비했다. 이달 초 연회에서 은퇴할 때까지 일부 절기 설교를 빼고 성경 전체를 세 차례 완주했다. 이번 주 이사야서를 본문으로 설교하면 성도들은 다음 주 예레미야서를 예상하고 성경 본문을 미리 읽고 오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한국구약학회장을 지낸 왕 목사는 “성경학자로서 강단으로 나서며 성경 특정 본문을 편애하지 않고 성경 구석구석을 다 설교해 보라는 말씀을 들었다”면서 “말씀이 제게 찾아올 때까지 묵상하고 연구하고 다듬으면서 성경 본문 중심 강단의 본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왕 목사는 첫째 둘째 셋째 식의 이른바 삼대지(Three points) 설교를 피하고 시대와 조응하는 도입부로 발단을 시작해 전개와 위기 절정 결말의 이야기 구조로 설교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명설교가로 꼽히는 조용기(1936~2021)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성경 묵상과 기도를 설교 준비의 기초로 삼았다. 생전의 조 목사는 “하루에 적어도 세 시간 이상 기도하지 않고서는 목회사역을 감당할 수 없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성경을 읽다가 성령께서 감동을 주시면 즉시 그 말씀을 기록하고 설교 요지를 작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목사는 설교 연습을 통해 전체 시간까지 분 단위로 점검할 만큼 철저했다. 실제로 경기도 파주에 건립된 ‘조용기 목사 기념관’에는 서론·본론·결론을 각각 분 단위로 나눠 표기한 그의 설교 원고가 전시돼 있다. 눈길을 끈 것은 조 목사가 강단에 오르기 전 종종 우황청심환을 복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60여년을 설교했지만 설교 전에는 늘 긴장된다”고 고백했다.
옥한흠(1938~2010) 사랑의교회 원로목사는 ‘3무’ 설교론을 강조했다. ‘설교엔 대가도 없고, 완성도 없고, 졸업도 없다’는 것이다. 그가 후배 목회자들에게 강조한 메시지 중 하나는 “청중 각자 각자에게 ‘들리는 설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경의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한 참고서 격인 성경주석은 설교 준비의 동반자나 마찬가지다. 정명호 혜성교회 목사는 다양한 주석을 참고해 설교를 준비한다. 정 목사는 “설교준비 툴(tool·도구)이 정말 다양하고 급변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방법인 성경 주석을 중심으로 설교를 준비한다”면서 “본문을 정한 뒤 본문 연구를 위해 주석을 참고하고 성경공부 자료도 본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예화를 인용하지 않고 검증된 교회사 속 사건을 종종 활용한다”고 말했다.
장덕봉 새행로교회 목사는 주석은 물론이고 다양한 성경을 비교해 보며 원문에 가장 가까운 메시지 연구에 집중한다. 그는 “번역본에 따라 본문의 메시지가 다른데 각기 다른 3가지 번역본을 비교하며 본문 연구를 한다”면서 “평소 시대별 신학자들이 쓴 강해집도 많이 읽으며 설교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강해집은 성경 본문을 강론한 뒤 해석한 책을 말한다.
신세대 목회자들은 주석 대신 챗GPT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30대 후반 A목사는 “성경 주석을 일일이 들춰보는 동료 목사를 찾기 힘들다”면서 “설교 본문을 정하면 챗GPT를 통해 본문에 대한 의미와 해석을 물어보고 그 답을 참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AI의 답을 무조건 수용할 수 없어 몇 차례 검증 과정을 거치지만 챗GPT를 통한 설교 준비가 익숙하다”고 전했다.
장창일 김아영 우성규 임보혁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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