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말고 푸바오에…MZ 투표인증 달라졌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남모(27)씨는 제22대 국회의원 사전선거일인 지난 6일, 캐릭터 ‘망그러진곰(망곰이)’이 그려진 투표 인증 용지를 이용해 선거에 무관심한 남자친구를 투표소로 불러냈다. 남씨의 인증샷을 본 남자친구는 “귀여운 망곰이가 ‘어떻게 투표를 안 할 수 있냐’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망곰이 왼쪽 뺨에 기표 도장이 찍힌 투표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 남씨는 “진지한 투표 독려 방식은 부담스럽다”며 “재치있게 투표를 독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인증샷의 대세는 MZ세대의 캐릭터 투표 인증 용지다. 캐릭터 등이 그려진 인증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은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기표 도장이 찍힌 손등·손바닥 사진을 SNS에 공유하던 과거 방식과 사뭇 다르다. 공직선거법상 개인이 미리 준비해 가져간 투표인증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 용지가 투표인증 용지의 주류다. 사전투표일이었던 지난 5~6일, SNS에는 기표 도장이 찍힌 ‘농담곰’ ‘깨국이’ 등 다양한 인기 캐릭터 투표 인증 용지 사진이 넘쳐났다. 인기 캐릭터 외에도 인기만화 주인공 캐리커처나 연예인 포토 카드에 기표 도장을 찍은 인증샷도 유행이다.
프로야구팬을 위한 맞춤 투표 인증 용지도 인기다. 인증 용지에는 프로야구단 캐릭터와 함께 ‘LG ㅜ승’ ‘한화 ㅜ승’이라고 적혀 있다. ‘ㅜ’자 위에 기표 도장을 찍으면 ‘우’가 돼 ‘우승’이라는 글자가 완성된다. 한화 팬 오모(25)씨는 “팀을 응원하면서 투표도 독려하는 일석이조 챌린지”라며 “주변 사람들이 어디서 구했느냐고 물을 만큼 투표 장려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업체에서 내놓은 기존 제품 대신, 직접 캐릭터 투표 인증 용지를 만들기도 한다. 총선일(10일)을 하루 앞둔 9일, 개인이 만든 창작 캐릭터 또는 이미지 합성 투표 인증 용지 도안이 다수 SNS에 올라왔다. 푸바오 투표 인증 용지를 디자인한 송모(34)씨는 “특정 정당을 의도하지 않아도 옷 색깔이나 손가락 표시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문제없이 투표를 독려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캐릭터 투표 인증 용지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20·3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며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이런 투표 독려 방식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규·김민정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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