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서 욕설·재촉한 볼드윈, 총기 오발 사고에 영향”
미국 영화 촬영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소품용 총이 발사돼 촬영감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주연 배우 알렉 볼드윈이 촬영장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검찰이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월 볼드윈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미국 검찰은 볼드윈 측이 지난달 법원에 기소 기각을 요청한 데 대응해 제출한 문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볼드윈이 촬영 초반에 촬영팀과 무기 담당자에게 “더 빨리 일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촬영장에서 그의 끊임없는 재촉은 일상적으로 안전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볼드윈은 촬영장에서 촬영팀이나 자기 자신에게 혹은 특별한 대상 없이 자주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했고, 그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2021년 10월 영화 ‘러스트’ 촬영 세트장에서는 무기·소품 담당자 해나 구티에레즈 리드가 촬영에 쓰인 소품용 권총에 실탄을 장전했다. 이를 건네받은 주연 배우 볼드윈은 권총을 쏘는 장면을 연습하던 중 실탄이 발사되면서 맞은편에 있던 헐리나 허친스 촬영감독이 가슴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볼드윈은 사건 당시 촬영장에서 총에 실탄이 들어있지 않다고 들었으며, 권총 해머(공이치기)만 당겼을뿐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멕시코주 검찰은 지난해 1월 볼드윈과 구티에레즈 리드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으나 석달 뒤 볼드윈에 대해서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소를 취하했다가 추가 조사를 거쳐 올해 1월 그를 같은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구티에레즈 리드는 지난달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무죄를 주장하는 볼드윈은 오는 7월 뉴멕시코주 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또 촬영팀 구성원 다수는 구티에레즈 리드가 촬영장에서 미숙하고 어쩔 줄 몰라 해 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볼드윈은 이 같은 행동을 눈감아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나 구티에레즈 리드의 과실과 경험 부족, 알렉 볼드윈의 주변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완전한 관심 부족의 결합은 헐리나 허친스에게는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볼드윈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반복해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볼드윈이 말할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다른 버전의 사건이 나온다”면서 “그리고 뒤에 나온 그의 진술은 그의 이전 진술과 모순된다”고 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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