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커피·bhc·샐러디·맘스터치 ‘덜덜’ 떠는 이유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4.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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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프랜차이즈에 칼 뽑은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 프랜차이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정조준한 모습이다. 공정위는 가맹본부 점주 갑질 등 불공정행위 실태조사를 위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최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들어서만 bhc, 메가커피, 샐러디 등 사모펀드가 직간접 투자한 브랜드 본사를 대상으로 잇따른 현장조사에 나섰다. 투썸플레이스와 버거킹 등 다른 프랜차이즈 본부 대상으로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 구조상 여타 가맹본부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 동의 없이 필수 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거나 판촉 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확인했다는 전언이다.

공정위는 최근 가맹본부 점주 갑질 등 불공정행위 실태조사를 위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모펀드 프랜차이즈에 칼 뽑은 공정위

bhc·메가커피·샐러디까지…잇따라 직권조사

사모펀드 프랜차이즈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는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러 국회의원이 bhc와 버거킹 등 사례를 들어 가맹본부 갑질 행태를 지적하면서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기정 공정위원장에게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 경영 목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을 목표 달성 수단으로 보고 갑질·폭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모펀드를 직접 겨냥할 것을 예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외식 업종 가맹점 사업자 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된 사항에 대한 직권조사를 적극 실시하겠다”며 “위법행위 확인 시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bhc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 계약을 일방 해지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현재 bhc그룹 최대주주는 사실상 사모펀드다.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이 bhc그룹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가 MBK파트너스다. 올해 1월에는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맘스터치에 과징금 3억원 처분을 내렸다. 맘스터치가 점주 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계약을 일방 해지하고 물품을 공급하지 않은 행위를 적발하면서다. 3월 들어서는 bhc를 비롯해 우윤파트너스와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소유한 ‘메가커피’, 사모펀드 하일랜드프라이빗에쿼티가 공동 경영 중인 샐러드 1위 브랜드 ‘샐러디’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독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겨냥한 이유

단기 실적 높인 뒤 매각…‘치고 빠지기’ 구조

프랜차이즈 갑질은 사실 업계 전반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는 유독 사모펀드와 관련된 프랜차이즈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다.

이유가 있다. 일반 프랜차이즈에 비해 사모펀드가 무리한 불공정행위를 할 유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엑시트’가 목적이다. 단기 실적을 높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기업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차익을 노리는 것이 주 사업 모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여타 프랜차이즈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쉽게 말해 빠르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모펀드 투자 이후 실적이 급격히 개선된 사례는 여럿이다. bhc가 대표적이다. bhc는 2018년 MBK파트너스가 투자자로 참여한 후 기업가치와 매출, 영업이익이 급격히 커졌다. 기업가치는 2018년 6800억원에서 현재는 3조4000억원 상당 금액으로 평가받는다. 매출은 2018년 2376억원에서 2020년 4004억원, 2022년에는 5075억원까지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2018년 607억원에서 2022년 1418억원으로 뛰었다. 2021년 영업이익률은 32.2%에 달했다. 웬만한 IT·바이오 기업 뺨치는 수준이다. 같은 해 업계 경쟁자인 교촌에프앤비 영업이익률은 1.7%, BBQ치킨 운영사 제너시스BBQ는 15.6%였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여러 브랜드가 장기간 경쟁해왔던 레드오션에서 이처럼 급격한 실적 개선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점주와 상생이 중요한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급증한 영업이익을 좋게만 평가할 수 없다. 점주보다 본사가 더 많이 가져갔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갑질 사례는

납품가 인상에 상품권 수수료·광고비 전가

비단 bhc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맹점주 협의회를 중심으로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 사례가 계속 폭로되는 중이다.

무엇보다 본사가 수취해가는 돈이 너무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브랜드가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한 ‘버거킹’이다. 매장 주문과 배달 주문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른바 ‘이중 가격’이 문제가 됐다. 매장가보다 비싼 배달 가격을 기준으로 로열티와 광고비를 떼어가는 방식이 포화를 맞았다.

점주에게 부담이 되는 과도한 광고·마케팅과 프로모션도 문제가 됐다. 이제는 일반화된 ‘모바일 상품권’과 관련된 잡음이 많다. 모바일 쿠폰 수수료는 절반은 점주가, 절반은 본사가 부담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bhc를 비롯한 일부 브랜드는 이를 점주에게 미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투자한 투썸플레이스는 과거 발행한 쿠폰 금액과 가격 인상 후 현재 제품가 차액을 전부 가맹점에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메가커피는 광고비를 부당하게 전가했다는 의혹으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해 축구선수 손흥민을 광고 모델로 앞세우며 지출한 광고비 수십억원 중 일부를 가맹점에 분담시켰다는 비판이 일부 점주로부터 제기됐다. 가맹점주 50% 이상 동의를 받은 사항으로 ‘위법’은 아니었지만 “점주 돈으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메가커피는 과거 고배당 정책으로 몰매를 맞은 적도 있다. 2021년 메가커피 운영사 앤하우스는 그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약 338억원에서 1000원을 뺀 전액을 배당했다. 회사가 원부재료와 물류비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후 일어난 일이라 비판이 더 거셌다. 그렇게 번 돈으로 빌딩을 매입하기도 했다. 앤하우스 모회사 우윤파트너스는 서울 여의도 한 빌딩을 355억원에 사들였다. 건물 등 실물 자산 매입으로 몸값을 올리는 전형적인 행태다.

이 밖에 점주가 본사로부터 반드시 납품받아 사용해야만 하는 ‘필수 품목’ 과다 지정, 점주 협의회 구성에 대한 보복, 인근 지역 출점에 따른 영업 지역 축소, 점주에게 수익이 남지 않는 할인 행사 강제 등 점주들이 토로하는 불공정행위는 다양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넘어간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과다 출점과 납품가 인상, 과도한 할인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본사 직원이나 노예가 된 것 같다고 울분을 토하는 점주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슬 퍼런 공정위, 향후 여파는

가맹법 개정안 시행…엑시트 더 어려워질 듯

강도 높은 공정위 직권조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말 ‘가맹분야 불공정거래행위 심사 지침’을 제정하며 현장조사 근거를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해당 심사 지침은 ▲부당한 점포 환경 개선 강요 ▲부당한 영업 지역 침해 ▲광고·판촉 행사 동의 의무 위반 등 가맹사업 불공정거래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7월 시행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공정위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법이 시행되면 가맹본부는 앞으로 필수 품목 종류와 가격 산정 방식 등을 가맹 계약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공정위가 가맹본부가 필수 품목을 잘 이행하는지 점검한다는 명분하에 직권조사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형석 법무법인 더킴로펌 변호사는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 이후에도 추가적인 점검 또는 직권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공정위는 점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현 단계에서 법령·지침 등을 정비해나가되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를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것이라는 실질적 신호를 시장에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반응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문제 된 시스템을 가다듬고 점주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이가 있는 반면, 가맹사업이 위축되고 과도한 분쟁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특정 브랜드에서 제기된 문제 탓에 업계 전반 이미지가 악화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이도 많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문제가 있는 곳은 채찍을 들고 엄벌하되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모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당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 일변도 정책은 많은 본사의 경영 의지를 꺾고 분쟁을 과도하게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공정위 집중 공세로 프랜차이즈를 소유한 사모펀드 엑시트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의 대대적인 직권조사와 가맹사업법 개정 변수는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 매물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엑시트 전략으로 3~5년 내에 최대한 본사 덩치를 키워서 되팔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공정위 직권조사가 이어지고 가맹본부에 불리한 방향으로 가맹사업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투자금 회수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에 대한 공정위의 집중 공세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주요 메뉴 가격이 오른다는 불만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공정위가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점주 간 신뢰 관계가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분명 있지만, 이번 조사는 시기상 총선, 외식 물가 길들이기 등 정치적인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 없잖다”며 “사모펀드가 금융 자본을 통해 프랜차이즈 산업화에 이바지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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