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펴는 日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일본 내 신공장 건설 잇따라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일본 국내 신공장 건설 및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9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국내서 조달하는 ‘공급망 강화’를 적극 추진하는 데 따른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신에쓰화학은 일본 군마(群馬)현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 2026년 완공 예정인 이 공장은 약 830억엔(약 740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한다. 이 공장에서는 포토레지스트(감광재)나 원판 재료 등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재료를 생산한다. 신에쓰가 일본 국내에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56년 만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신에쓰화학은 포토레지스트 세계 점유율이 약 20%, 첨단 제품은 약 40% 이상에 달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이다. 현재는 니가타(新潟)현과 대만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신공장 건설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존 공장의 증산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한국이나 미국 등으로도 수출할 계획이다.
미쓰이화학도 반도체 회로의 원판을 보호하는 얇은 막 재료인 펠리클을 생산하는 야마구치(山口)현의 공장을 증설한다. 펠리클은 노광 장치로 반도체 웨이퍼에 레이저로 회로를 그릴 때 원판에 흠집이나 먼지가 부착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기존 제품보다 강도와 빛 투과율을 높인 차세대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공장을 새로 짓고,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는 고도의 노하우와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로 일본이 기술적으로 세계적인 우위에 있다. 영국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일본산 반도체 재료 주요 6개 품목의 세계 점유율은 약 50%로, 대만 17%, 한국 13%를 크게 웃돌고 있다.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그동안 관련 업체와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위해 생산과 연구개발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구마모토(熊本)에 TSMC 공장을 연이어 유치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사활을 걸고 나서자 일본 국내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산소홀딩스도 반도체 제조 시 사용하는 네온가스를 2026년까지 국산화하기로 결정했고, 후지필름도 반도체 표면 연마제인 'CMP 슬러리'의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닛케이는 일본 국내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7년 약 10조엔(약 89조원)으로 2023년 대비 4배 이상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올해 반도체 소재 분야 일본 시장 규모는 약 1조엔(약 8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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