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 비슷하고 조건도 좋아…현지 러브콜 받고 日 진출 나선 K-패션
"스타일 콘텐츠로 확장 가능성 커"
유통업계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신진 K-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왔던 패션 플랫폼 무신사를 비롯해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현대백화점도 뛰어들었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K-패션으로 옮아가면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고, 선점에 나선 것이다.
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백화점과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을 신사업으로 시작한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파르코 시부야점에 K-디자이너 브랜드의 단독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스타트를 끊는다. 현대백화점이 협업한 첫 브랜드는 ‘노이스(NOICE)’다. 노이스는 젠더리스(성의 정체성이 없는)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곳으로 남성 영패션을 대표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다. 노이스가 일본에 단독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앰배서더에는 박서준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지 유통그룹인 파르코는 일본 현지에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오픈 당일 노이스 매장에 대한 관심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 현대’의 브랜드 가치를 해외에 옮겨 심는다는 전략이다. 파르코로부터 총 660㎡(약 200평) 규모의 공간을 임차한 현대백화점은 노이스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미스’와 ‘미스치프’ 등 11개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선보인다. 사용하는 공간면적과 층, 공간 디자인은 브랜드별로 다 다르게 진행된다. 한공간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두 넣기보다는 브랜드별 색채를 뚜렷하게 보일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K-패션 플랫폼 사업을 낙점한 것은 백화점 경쟁력과 시너지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외에서 더 현대를 벤치마킹하려는 수요가 컸고, 오프라인 사업을 같이 하려는 요청이 많이 들어와 사업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라며 “오프라인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K-패션이라고 봤고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6월 안에 B2B(기업 간 거래) 패션 플랫폼을 선보인다. 해외 바이어와 국내 공급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도쿄 긴자점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패션위크’ 전용관을 선보이고 있다.
면세사업자로서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데 제약이 있는 만큼 롯데면세점의 전략은 기업 간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상품 공급자를 대상으로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과 거래처 발굴을, 구매자(바이어)에겐 다양한 브랜드 정보와 편리한 대금결제 등을 대신해 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롯데면세점은 패션 플랫폼 브랜디와 하이버, 서울스토어를 운영하는 ‘뉴넥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패션 인프라와 풀필먼트 등을 받을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단순한 중개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사를 추가로 발굴하고 플랫폼을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는 물적 인프라를 하나씩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롯데면세점은 K-패션 브랜드를 발굴하고 해외 유명 백화점에 K-패션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 MD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대사항으로 패션 카테고리 해외 바이어 대상 세일즈 경력을 포함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쇼룸을 두 번이나 진행한 무신사는 익히 알려진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신생 브랜드 위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분간은 무신사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짜내고 있다. 최근 일본 현대미술가이자 팝아티스트인 무라카미 다카시와 블랙핑크의 협업상품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신사는 현지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협업 상품들을 더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이 국내 유통사들의 해외 진출 전초기지로 부상한 배경은 현지에서 국내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다. K-드라마와 K-뷰티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레 K-패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체형이 한국인과 비슷하다는 점도 일본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자원이 한정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옷을 새로 만들 만한 여건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체형이나 기후 조건이 비슷한 일본을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다.
이미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르디메크르디 등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메가 브랜드들은 일본인들에게도 익히 알려졌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곳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쇼룸을 진행하면 현장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에 대한 질문이 먼저 들어오곤 한다"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제품 질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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