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식물의 계절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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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꽃과 잎이 나고, 가을에 단풍이 드는 풀과 나무의 변화를 '식물의 계절시계'라고 부른다.
동물이 24시간 주기로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생체시계를 몸에 갖춘 것처럼 식물도 계절 변화에 맞춰 생명 현상을 스스로 조절한다.
기온, 일조량, 일교차 같은 환경 변화에 풀과 나무가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어서 기후변화의 강도와 영향력을 파악하는 유력한 지표로도 쓰인다.
식물의 여러 계절시계 중 기후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개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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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꽃과 잎이 나고, 가을에 단풍이 드는 풀과 나무의 변화를 ‘식물의 계절시계’라고 부른다. 동물이 24시간 주기로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생체시계를 몸에 갖춘 것처럼 식물도 계절 변화에 맞춰 생명 현상을 스스로 조절한다. 기온, 일조량, 일교차 같은 환경 변화에 풀과 나무가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어서 기후변화의 강도와 영향력을 파악하는 유력한 지표로도 쓰인다.
식물의 여러 계절시계 중 기후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개화일이다. 기상청의 ‘역대 서울의 벚꽃 개화일’에 따르면 통계가 시작된 1922년 이래 가장 늦은 해는 1957년으로 4월 24일이었다. 그런데 2021년에는 3월 24일로 당겨져 차이가 무려 한달이나 됐다. 평균값도 추세는 같다.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등에서 계절시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150종에 달하는 나무의 개화일을 분석한 결과 수종의 90% 이상이 50년 사이에 평균 8일, 최대 16일 빨라졌다. 이를 2~4월의 평균 기온과 비교했더니 월평균 기온 1도 상승 때마다 평균 개화일은 진달래와 철쭉은 6일, 벚나무와 개나리는 4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개화일만 당기는 게 아니다. 한반도에서는 봄이 찾아오면 산수유, 매화,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 철쭉 순으로 꽃이 핀다. 이를 봄의 순서라는 뜻을 담아 춘서(春序)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종류의 봄꽃이 한꺼번에 피고 다같이 진다. 개나리와 벚꽃의 개화일 차이는 1951~1980년에는 평균 14일 최장 30일이었다. 그런데 1981~2010년에는 평균 11일, 최장 21일로 줄었다.
올해 서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나리와 벚꽃을 함께 볼 수 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벚꽃이 올라오는 시간도 과거에는 3주 넘게 걸렸는데 지금은 평균 12일로 줄었다. 전형적인 생태계 엇박자인데, 이제 엇박자가 상식이 됐다. 이대로라면 50년 뒤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2월에 피고, 제주도에서는 벚꽃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한다. 꽃이 피어 좋은데,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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