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건강이 자본이 되는 시대
‘초고령사회’란 무엇을 의미할까.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사회를 말한다. 지난해 유엔 발표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국가는 22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어디쯤 와 있을까.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전체 인구는 5175만1065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93만8235명으로 19.2%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내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2035년에는 30%, 2050년에는 43%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불과 25년 뒤엔 인구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 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는 우리에게 재앙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여러 사회학자가 초고령사회 진입 시 노인 부양비 증가와 생산 가능 노동력 저하로 경제 성장 둔화, 소비 여력 감소, 국민연금 고갈 및 보험료 인상, 의료서비스 감소와 노인 빈곤, 세대 갈등과 지역 소멸 등을 우려한다.
특히 의료 문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기초연금과 노인요양보험 등 노인 복지를 위한 요구를 감당키 힘든 시점을 곧 맞이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이미 83세를 넘겼다. 베이비붐 세대가 80대가 되는 2040년이 되면 부양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연금 혜택은 줄고 늘어난 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해법이 있을까. 위험은 기회를 수반한다. 초고령사회로 예측되는 위험은 변화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노인의 정의와 이해를 새롭게 혁신하고 국가와 사회, 개인이 예측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초고령사회 진입 문턱에서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은 노인에 대한 재정의다. 노인복지학 개념에서의 노인은 생산 활동에서 은퇴하거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줄고 상실한 자다. 사회학에서는 노인의 보편적인 범주를 65세로 정한다. 이는 낡은 개념의 접근 방식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노인이란 신체·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노화가 가속화돼 노쇠 과정에 들어간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65란 숫자는 더는 노인의 개념을 담기엔 역부족이다. 2000년 이후 인류는 인간의 유전체 정보를 완벽히 해독했다. 100만원 정도면 자신의 모든 유전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각 유전자가 어떤 환경에서 발현이 되고 안 되는지에 대한 후성유전학적 정보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각 나라와 인종별 건강에 관한 빅데이터가 개인의 일상 정보로 적용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근골격계 질환의 기본 원인 중 하나인 좌식 생활에서 입식 생활로 전환된 지 오래다. 건강에 관한 인식과 생활습관까지 기대 여명과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에 최적화된 것이다. 이런 의료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장착하고 살아가는 65세가 과연 자신을 노인으로 인정할까. 생산 활동에서 은퇴해 자신의 지위와 역할들을 포기할까.
이미 세계에선 ‘욜드(YOLD·Young Old)’, 즉 ‘젊은 노인’이란 단어를 사용 중이다. 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사회의 주체가 되는 ‘슈퍼 에이지’가 등장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최고 자본은 돈이 아니라 ‘건강’이다. 돈은 건강과 행복을 확보하는 절대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 자본’은 돈과 행복할 기회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분명하다. 초고령사회는 이 건강 자본을 준비한 노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으로 사는 미래! 건강을 자본으로 소유한 젊은 노인은 무엇을 상상하든 이를 실현할 기회를 붙잡게 될 것이다.
약력=한양대 의학박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박사연구원, 피츠버그대 의대 스포츠의학연구소 객원 연구원, 하버드대 의대 정형외과학 방문연구원 역임. 파키스탄·스리랑카 등 21개국에 굳셰퍼드 진료센터 설립, ‘제2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대상’(2022). 저서 ‘바디 바이블’(서우북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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