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AI가 중산층을 살릴까?

2024. 4. 9. 0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생성형 AI가 몰고 온 충격과 공포는 궁극적으로 직업의 문제로 수렴된다. AI가 가져올 자동화는 전 세계에서 3억 명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 공장 노동자를 대체한 과거의 자동화와 달리, 일반 사무직은 물론이고 전문직까지 위험하다는 경고가 그렇다. 아무도 확언은 하지 못하지만,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대부분의 전문가와는 다른 전망을 내놓은 MIT의 경제학 교수 데이비드 오토어의 ‘소수의견’을 소개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한 후 기술과 세계화가 노동자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오토어는 지난 30년 동안 진행된 컴퓨터화가 기업이 대졸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 유명한 논문의 저자다. 그런 그는 앞으로의 변화를 어떻게 전망할까?

그는 의사, 변호사처럼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준전문가들이 전문 지식을 흡수한 AI를 사용해서 전문가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임금이 상승해서 오히려 중산층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의료, 소프트웨어, 교육, 법무 서비스는 비용을 낮추면 더 확장 가능한 분야라서 이런 준전문가들을 통해 고객군을 훨씬 더 키울 수 있다는 게 오토어의 주장이다.

하지만 오토어의 주장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그렇게 AI를 사용해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 과연 업계가 더 많은 보상을 하겠느냐는 것.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 늘어난 생산성에 기업이 더 큰 보상을 한 전례가 없다는 게 그 반론이다. AI가 중산층을 살린다는 오토어의 바람은 결국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실현 가능한 일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