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전쟁 가능 정상국가’ 공식화…“역사적 전환점 맞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가 일본 안보정책(defense policy)의 대전환을 공식화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 9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역사적인 전환점(historic turning point)”이라고 명명했다. 1947년 전후 미국 주도로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후 77년 만에 일본이 이제 국가 안보를 위해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 국가’가 됐다는 선언을 미국에서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을 둘러싼 계속되는 상황, 동아시아의 상황 등을 목도하면서 역사적인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며 “이것이 안보 능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일본의 안보정책을 크게 전환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웃에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고, 불투명한 방식으로 국방 역량을 증강 중인 나라들이 있으며, 동·남중국해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가 있다”며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안보정책 전환의 이유로 들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이 이런 점을 이해하고 함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미·일 협력을 더욱 진화시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방미 출국 직전에도 오는 11일 예정된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미래에 확실히 시선을 둔 연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날 발언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평화헌법 9조를 무력화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규정한 3대 안보 문서를 제정한 후 11년 만이기도 하다. 이후 2022년 개정을 통해 일본은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을 경우에만 필요 최소한도의 방위력 행사)’ 원칙에서 벗어나 ‘적 기지 공격능력’까지 구체화하는 등 정상국가화의 길을 단계적으로 밟아 왔다. 또 2027년까지 방위예산을 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며, 최근엔 미국의 첨단 무기를 일본에서 공동 생산·수출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일본은 무기 수출을 자제해 왔지만, 안보 문제가 심화되면서 이 정책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며 “일본은 전투기를 포함해 다양한 국방 장비를 이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11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첫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담에서는 남중국해 등에서 3국 공동 훈련 및 순찰을 위해 일본 자위대의 필리핀 순환 배치를 협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에 즉각 반응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8일 미·일 관계에 대해 “미·일은 이미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라면서 “이는 언제나 러시아와 일본의 평화조약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걸림돌이었다”고 비판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싸운 러·일은 아직 적대행위를 종식하는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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