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터져 나온 최후변론 "이화영 조작사건으로 기록될 것"

김종훈 2024. 4.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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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현장] 검찰, 이화영 대북송금 징역 15년 구형... 이 전 부지사 "이재명 구속수단으로 날 이용"

[김종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5대 경기도지사(2018.7.-2021.10.) 재임 시절 초대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화영(전 17대 국회의원).
ⓒ 경기도 제공.
 
8일 검찰로부터 징역 합계 15년을 구형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푸른색 수의를 입은 채 담담한 목소리로 "햇빛도 전혀 볼 수 없고, 땅도 밟을 수 없는, 손만 뻗으면 벽에 손이 닿는, 한 평도 안 되는 수원구치소에서 1년 7개월째 머물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입을 뗐다.

"저는 그냥 이 사건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서 내가 이용된 것에 불과하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는 "김성태(쌍방울그룹 전 회장)가 오랫동안 해외도피 했다가 체포돼 들어와서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이 사건이 일반적인 형사사건이 아니고 이재명과 이화영의 존재하지도 않는 대북송금 조작사건으로 변질됐다"면서 "검찰은 끊임없이 이재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라, 공모했다는 진술을 하면 나가게 해 준다고 내게 말했다.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정권도 이렇게 드러내놓고 심한 조작을 통해 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고는 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한 일 중 잘못한 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차라리 저보고 죽으라고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진실규명만 한다면 어떠한 형벌 속에 있더라도 감당하겠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의 구형은 이 전 부지사가 2022년 10월 재판에 넘겨진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소송 비용도 청구한 검찰 "안보 위협하는 범행 저질렀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 벌금 10억 원, 3억 3400여만 원 추징 명령을 구형했다. 별도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에 대해 추가로 징역 3년을 요청하는 등 모두 합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는 상당한 중형으로 검찰은 해당 사건이 "남북 분단 현실에서 남북 경협 사업권을 연결고리로 고위직 공무원과 중견그룹이 유착해 저지른 대표적인 후진적 정경유착 범행으로 중한 사안"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검찰은 "이화영은 소위 대북 전문가로서 대한민국과 국제 안보 위협하는 범죄 저질렀다"면서 "이화영이 북측에 건넨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어떻게 사용됐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북한은 매년 미사일과 정찰 위성을 발사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화영의 사법방해 행위는 정의와 진실을 발견해야 할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렸다"면서 이례적으로 재판부를 향해 "이화영의 재판에서 발생한 소송비용도 이화영 부담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 기록이 무단 유출됐고 국정원 등 기밀 문서가 언론에 공개됐다. 사법시스템이 무너졌다. 이화영의 배우자는 이화영에게 '정신 차리라'고 법정에서 소리치며 회유 협박했다. 급기야는 이화영마저 검찰 진술이 허위라며 진술을 번복했다. 혼란 속에 재판이 파행됐고, 재판 기피가 일어났다. 사법방해 행위는 반복돼선 안된다. 이화영에게 중형 선고가 필요한 이유다."

반면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에겐 징역 2년 6개월만 구형했다. 검찰은 방 전 부회장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뉘우치고 참작할 지점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변호인 "이재명의 무죄가 이화영의 무죄"
  
 단식 13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수원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30912
ⓒ 공동취재사진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본 변호인은 민주당원도 아니고 이재명 지지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재명의 무죄를 주장한다. 이재명의 무죄가 이화영의 무죄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이재명을 제거하려고 이화영을 도구로 삼아서 대북송금사건을 조작했다"면서 "이 건은 1980년 신군부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처럼 '이화영 조작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2100만 원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이화영이) 처벌받지 않게 한다고 회유했다. 결국 이화영은 거짓된 내용으로 피의자 신문서를 작성했는데 양심의 가책으로 견딜 수 없었다. 이재명의 알리바이가 있는 날짜를 보고, 날짜를 특정했다. 나중에 진실을 밝히려고 그런 거다. 재판부에서 실제로 행한 것과 실제로 행하지 않은 것을 상식의 논리로 바라봐 달라."

김 변호사가 이런 주장을 펼치자 방청석에선 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재판장은 엄한 목소리로 소란을 제지하며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하며, 변호인 역시 그런 것을 유도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방청석과 김 변호사에게 각각 경고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6월 7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 킨텍스 대표이사 사장 재임 기간 중 쌍방울그룹 계열사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등을 제공받고 지인 문아무개씨를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주게 한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등 불법 대북송금 관련 혐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지난해 3월께 추가기소했다.

지난해 6월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대북 송금 사실을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시인했으나 "굉장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면서 진술을 번복했다.

지난 4일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검찰에서 함께 기소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과 함께 이 대표를 엮기 위해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면서 "쌍방울 직원들이 가져온 연어와 회덮밥과 함께 술도 있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관련기사: 이화영 법정진술 "이재명 엮으려 사실상 세미나 했다, 연어에 술도 먹으며" https://omn.kr/285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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