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침략전쟁 미화?…SNS에 버젓이 '대동아전쟁' 게시해 논란
일본 육상자위대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제2차 세계대전을 미화하는 용어인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을 버젓이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육상자위대 제32보통과 연대는 지난 5일 엑스(X·옛 트위터)에 “32연대 대원이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 이오지마(硫黃島)에서 개최된 일미 이오지마 전몰자 합동 위령추도식에 참가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오지마는 일본과 괌 중간쯤에 있는 섬으로, 1945년 미군이 일본군과의 격전 끝에 섬을 점령하고 성조기를 세우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면서 유명해졌다. 이 연대는 “조국을 위해 존귀한 생명을 바친 일미 양국 영령의 명복을 빈다”고 밝히고 사진도 첨부했다.
아사히신문은 제32보통과 연대가 SNS에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전날 “코멘트할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고 전했다.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은 일본 식민지를 포함한 이른바 ‘대일본제국’이 서구 열강에 맞서 싸웠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일본은 1940년 서구로부터 아시아를 해방한다며 ‘대동아공영권 확립을 도모한다’는 외교 방침을 정했고, 1941년 12월 국무회의를 통해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부르기로 했다.
때문에 일본 패전 후 연합군최고사령부(GHQ)는 공문서 등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금지했다. 이 표현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금기어로 통했다. 지금도 일본 정부는 공문서에 이 용어를 쓰지 않으며, 대부분의 정치인·언론·교과서도 태평양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동아전쟁 용어 사용에 대한 정부 견해를 말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종전부터 정부가 답변해 온 것처럼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는 현재 일반적으로 정부 공문서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문서에 어떠한 용어를 사용할 것인지는 문맥 등에 따른 것으로 질문에 대해 일괄적으로 답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현재 방위성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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