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AI 붐에 급증하는 전기 수요…빅테크, 전력 확보 ‘비상’

김진영 2024. 4. 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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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 투자자들을 열광에 빠뜨린 인공지능(AI) 산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AI 호황과 함께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력 부족 위기에 처한 각국은 규제에 나섰고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수급 방안을 찾아 바삐 움직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초과 전력 수요가 예상되면서 화석 연료 공급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우리에게 챗GPT로 잘 알려진 대규모 언어모델(LLM) 등 고성능 AI를 개발하기 위해선 천문학적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모델에 학습시킬 수 있는 인프라, 즉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생성형 AI 붐과 더불어 클라우드 컴퓨팅 및 가상화폐 채굴까지 활기를 띠자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현재 그 수가 전 세계에 약 8000개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다. AI용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수배 이상의 전력 소모할뿐더러 발생한 열을 식히는 데도 막대한 양의 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4년 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력 수요의 2%를 차지했던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수요는 2026년 2배 이상 증가해 독일의 전체 전력 수요와 맞먹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27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물 소비량이 영국의 한 해 물 소비량의 절반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심지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가 1000억달러(약 135조원)를 들여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는 시간당 5기가와트(GW)를 사용한다. 프랑스 에너지 솔루션 업체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따르면 이는 현재 전 세계 국가가 AI로 사용하는 전력량(4.3GW)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력 부족 위기' 국가들

전 세계 8000여개 데이터센터 중 3분의 1가량을 보유한 미국에서는 이미 전력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는 산업용 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로 급증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의 신규 전력 사용량이 최근의 17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캔자스, 네브래스카, 위스콘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전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늦추고 있으며, 북부 버지니아와 텍사스도 전력난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다. 기업들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약속했던 조지아주에서는 전력 수요 증가세가 예상을 벗어나자 데이터센터 유치 보조금을 중단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 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막대한 재생 에너지 보조금으로 화석 연료 및 원자력 발전소 업체들은 도매 전력 시장에서 경쟁이 어려워졌다. 미국 한파에 대응해 중요한 전기 공급원 역할을 해온 매사추세츠주의 대규모 천연가스 발전소를 포함해 약 20GW의 화석 연료 전력이 향후 2년 동안 폐기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 내 15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낮은 법인세를 바탕으로 140여개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아일랜드는 국가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하자 지난해 겨울철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긴급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엣지코넥스', '에퀴닉스'와 같은 업체들의 더블린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거부하기도 했다.

2022년 6월 열린 유럽연합(EU) 에너지장관 회의에선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덴마크가 역내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대한 엄격한 에너지 효율성 준수 요구에 합의했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사용량이 EU의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45% 달성' 목표에 장해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5개국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 탄소 배출량, 재생에너지 사용, 물 소비량 등에 관해 엄격한 보고 요건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기 찾아 삼만리' 빅테크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빅테크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데이터센터와 공장 주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소형 모듈 원전(SMR)'을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MS는 무공해 핵융합 에너지 연구회사인 헬리온과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100% 원자력 구동 데이터센터를 6억5000달러에 사들였고 인근에 있는 2.5GW급 원자력 발전소와 10년간 전력 독점 계약을 맺었다. 또 유럽 내 모든 자사 데이터센터의 백업 발전기를 이른 시일 내에 폐유로 만든 바이오 연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사이익 누리는 화석 연료

이처럼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AI 산업 경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화석 연료 업체들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청정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연중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해야 하는 데이터센터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미국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EQT의 토비 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AI 붐은 가스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미국 셰일가스 산업에도 큰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또 "최근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기술 기업들로부터 천연가스 구매에 관한 문의를 받고 있다"며 "이들에겐 재생에너지의 비용 효율 개선이나 원자력 발전소 인프라 구축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녹색 및 화석 연료 전략 자산을 보유한 에너지 캐피털 파트너스 창립자 더그 킴멜만은 "가스는 거대 기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연중무휴 24시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라고 평가했다. 콜린 그루딩 엔브리지 부사장도 "(AI 붐은) 가스 소비에 좋은 징조"라며 "불규칙한 재생에너지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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