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죽은 자를 위한 정원, 브리온 묘원

SF 대작 ‘듄:파트2’는 원작부터 영상까지 모든 분야가 완벽한 영화로 세계의 인기를 몰이했다. 먼 미래의 외계가 무대여서 대부분의 배경은 세트와 그래픽이지만, 단 하나의 실존하는 명 건축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트레비조의 작은 도시 산티보에 있는 브리온 묘원이다. 오디오계의 명가 ‘브리온 베가’를 설립한 가문의 가족 묘지로 카를로 스카르파(1906~1978)가 1968년 설계했다.

시립공동묘지를 L자형으로 감싸고 있는 2000㎡ 규모로 그리 크지 않은 땅이다. L자의 한쪽 끝에 추모용 경당을, 다른 끝에 명상용 정자를, 그리고 꺾이는 중앙에 브리온 부부의 묘소가 있는 간략한 구성이다. 건축가 스카르파는 “산 자나 죽은 자 모두의 환경을 완성하는 것은 정원”이라는 신념을 가졌다. 경당과 정자는 거울 같은 못 위에 떠 있고, 잔디밭 가운데의 묘소까지 인공적인 물길을 연결했다. 정자 앞 연못에는 수련이 가득하고 도로변에는 키 큰 사이프러스를 심었다. 그야말로 죽은 자를 위해 조성한 고요한 정원이다.
스카르파는 중년까지 그림과 유리공예에 몰두하다 50세 늦은 나이에 건축 작업을 시작했다. 대부분 작품은 베네치아와 그 인근에 있지만, 어떤 규범도 거부하는 개성과 누구도 흉내 못 낼 완벽한 디테일을 구사한 20세기의 명작들이다. 그의 건축은 마치 연금술과 같이 콘크리트를 조각품으로, 금속 부품을 공예품으로 변화시킨다.
묘원의 건물들 역시 다양한 모양의 콘크리트 조각품들이다. 부부 석관을 덮은 아치형 지붕은 우주선 같이 신기하고, 경당의 중첩된 공간과 기하학적 빛은 신비하다. 베네치아 출신의 스카르파는 후반부에 일본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물의 풍경은 베네치아의 기억을 되살리고 명상적 분위기는 일본의 다실을 연상시킨다. 그는 일본 방문 중 급사해 이 묘원의 한쪽에 묻혔다. 듄의 드니 뵐뇌브 감독도 감동했던 이 환상적인 묘원은 산티보 시에 공원으로 기증되어 죽은 자뿐 아니라 산 자들의 정원이 되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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