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간 기시다 “정책 총동원 지원”

이영희 2024. 4.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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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이 과거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 기쿠요마치(菊陽町)에 있는 TSMC 제1 공장을 시찰하고 “정책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TSMC 제2 공장도 기쿠요마치에 건설될 예정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8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앞두고 6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제1 공장을 시찰하고, 웨이저자(魏哲家) CEO 등과 만나 “일본 전체에 큰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완공돼 올해 4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구마모토 TSMC 제1 공장은 일본이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760억 엔(약 4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구마모토 TSMC에 10.7조원 지원…반도체 창고도 5곳 신설

지난 6일 TSMC 구마모토현 제1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를 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 오른쪽은 웨이저자 TSMC CEO. [AP=연합뉴스]

웨이저자 CEO는 이날 기시다 총리에게 TSMC 제2공장도 기쿠요마치에 건설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제2공장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TSMC 제1공장에서는 휴대전화 등에 사용하는 12~2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반면, 제2공장에서는 한 단계 위인 6~12나노급 반도체를 만들게 된다. 아사히신문은 TSMC 제2공장이 제1공장과 인접한 곳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구마모토 TSMC 공장을 중요한 거점으로 판단하고, 제2공장 건설에도 7300억 엔(약 6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를 일본 내에서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다.

업계에서는 TSMC가 구마모토에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3공장을 지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던 일본이 다시 시장 패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반도체업체 라피더스에는 총 8조2000억원가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 남쪽 규슈에서는 대만 TSMC가, 북쪽 홋카이도에선 라피더스가 일본 반도체 부활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앞서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차세대 반도체는 일본 산업 경쟁력의 열쇠를 쥔다”며 “경제산업성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토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2022년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최첨단 2나노 제품을 2025년에 시험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본 최대 물류업체인 일본통운은 규슈와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본 5개 지역에 반도체용 물류 거점을 신설한다. 홋카이도에는 라피더스가 공장을 건설 중이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통운은 올해 안에 홋카이도와 규슈의 사가(佐賀)현 등에 국내 반도체 물류 창고를 지을 예정이다. 간사이(關西) 지역 시가(滋賀)현에도 건설이 확정됐고, 도호쿠(東北) 지역 이와테(岩手)현에도 내년 중 신설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이면 일본 국내 반도체 물류 거점 면적이 총 28만㎡가 된다. 지난해 말의 7배 수준이다.

반도체 전용 물류 창고에는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나 공장 기계 보수에 필요한 물품 등을 보관하게 된다. 반도체의 경우 온도나 먼지 등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물류창고 건설에도 특별한 공정이 필요하다. 일본통운은 일본 내 반도체용 물류 최대 수탁업체로, 반도체 관련 매출액을 2028년 1000억 엔(약 89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통운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은 최근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일본 반도체 업계가 활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TSMC 공장 유치 외에도 최근 3년간 반도체 관련 예산을 약 4조 엔(약 35조6000억원) 쏟아부으며 국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이 연이어 공장 신설이나 증산을 결정했고, 물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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