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이 쏘아 올린 코인 증권성 논란 [편집장 레터]
‘코인 증권성’ 인정되는 순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불똥
테라·루나 사태라는 엄청난 코인 스캔들을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주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행’이냐 ‘미국행’이냐 논란이 아직도 뜨겁게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구금된 권 씨를 두고 몬테네그로 법원은 그를 어디로 인도할지 오랫동안 고민했죠. 당초 현지 고등법원은 미국행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항소법원은 지난 3월 한국 송환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이 불복하자 하루 만에 한국 송환을 잠정 보류했죠.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한국행’이냐 ‘미국행’이냐 시끌시끌한 것은 어디로 송환되느냐에 따라 권 씨의 미래가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 씨의 달라지는 미래의 핵심은 형량입니다. 한국에서는 “징역 10년도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반면, 미국에서는 “100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진단입니다. 이렇게 고무줄 형량이 가능한 이유는 코인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여부인 ‘코인 증권성 판단’ 이슈가 자리합니다.
미국 SEC는 테라 사태가 터진 직후 바로 테라를 증권성 코인으로 규정했습니다. 뉴욕 연방법원도 SEC 주장을 받아들였죠. 테라가 증권으로 규정되면서, 권도형은 무기명 증권 판매로 400억달러(약 52조6000억원) 이상 사기를 저지른 금융 범죄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2년이 지나도록 증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SEC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금융위가 ‘증권성 토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긴 했지만 그뿐, 아직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2023년 검찰이 권도형과 함께 주범으로 지목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도 ‘증권성’ 규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증권성이 인정되면 피해자 입장에서도 훨씬 낫습니다. 법원이 단순 사기죄로만 사건을 다룰 경우 피해자들이 권 씨에게 직접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지만 증권 관련 범죄로 인정된다면 집단소송법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많은 이가 애타게 기다리는데 금융위는 왜 ‘증권성’ 판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걸까요? 사실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증권성 규정이 이뤄지면 코인 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집니다. 테라를 상장시키고 거래를 중개했던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다섯 곳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미국은 이미 SEC가 여러 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한 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대형 거래소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고 거액의 벌금을 물렸습니다. “한국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권도형 한 명 잡겠다고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잡는 결정을 하기가 말처럼 수월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결정이고 시장에 대혼동이 몰아치더라도 어쨌든 결론을 내리긴 내려야겠죠.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권 씨가 한국에 소환되더라도 미국이 다시 한국에 소환 요청을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권 씨는 미국으로 보내지고, 한국에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규정이 만들어지는, 그런 상상을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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