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보수’ ‘막말’…총선 판세 바꿀까 [신율의 정치 읽기]

2024. 4.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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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율 다시 회복세
‘샤이 보수’ ‘보수 과소 표집’ 선거 영향 관심
민주당 후보들의 ‘대출’ ‘막말’ 이슈도 변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월 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총선이 코앞이다. 이번 총선의 승자가 과연 누가 될까.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보면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음은 분명하다. 불과 두 주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우세를 점쳤던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총선까지 계속될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벌써 선거판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엿보인다.

3월 29일 발표된 총선 전(前) 한국갤럽의 마지막 정례 여론조사(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와 같은 34%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3%포인트 오른 37%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여당 지지율이 다시 회복세다. 다른 지표도 회복세다.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0%,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9%다. 전주 조사 때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한 응답자 비율이 36%,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1%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차범위 내기는 하지만 여당이 분명 회복기임은 틀림없다.

반면 개별 지역구로 세분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에 밀린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근 개별 지역구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특이한 현상이 보인다. 전화 면접 방식 여론조사보다 ARS 방식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대체로 높게 나오는 현상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샤이 보수’ 존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는 기계에서 나오는 음성에 답하는 방식이라 비교적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진술하는 반면,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은 사람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이어서 솔직하게 답하지 않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자신이 ‘보수’라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면, 실제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ARS 조사에서는 전화 면접 조사보다 무당(無黨)층이 적게 잡힌다. ARS 조사에 응하는 응답자가 정치적 고관여층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사람이 직접 조사할 때 매정하게 전화를 끊기 어렵다.

반면 녹음된 기계음이 묻는 방식인 ARS는 ‘부담 없이’ 전화를 끊을 수 있다. 그럼에도 ARS 조사에 응한다는 것은 정치적 고관여층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뜻이다. ARS에 응답하는 이들 상당수가 정치적 고관여층이라면, 이들은 ‘반드시’ 투표할 확률이 높다. 이런 이유에서 선거일 직전에 실시되는 ARS 여론조사는 전화 면접 조사보다 선거 결과를 상대적으로 정확히 예측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측면만 보면, 현재 100석도 어렵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반면 다른 측면도 생각해봐야 한다. ‘보수 과소 표집’ 문제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월 9~10일 마포을 지역구 거주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이는 36%였다. 그런데 대선 당시 해당 지역의 윤석열 대통령 득표율은 49%였다. 반대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이는 46%였다. 해당 지역에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가 득표한 47%와 거의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 지지를 숨기거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상당수가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보수 과소 표집’ 현상이 발생한다. 참고로, 중앙선관위는 “가중값은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맞도록) 성, 연령, 권역에만 두게 돼 있고, 이념 성향에 별도 가중값을 부여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즉, 이념 성향에 대한 보정은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얼핏 보면, 이렇게 윤석열 정권 지지를 숨기는 유권자를 ‘샤이 보수’라 생각할 수 있지만, ‘샤이 보수’는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투표장에는 나가 보수 후보를 찍는 이들을 의미하는 반면, ‘보수 과소 표집’ 주역은 여론조사를 거부할 뿐 아니라, 아예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보수 성향 유권자가 많다고 가정할 때, 현재 개별 지역구에서 행해지는 여론조사는 실제 투표 결과 근사치에 접근할 수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점은, 왜 ‘보수 과소 표집’ 현상이 발생했는가다.

그 이유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윤석열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 잘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이런 ‘보수 과소 표집’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테다. 윤석열 정권이 지금이라도 여론에 잘 반응하고 겸허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면, 상황은 조금 개선될 수도 있다.

유권자의 지지 후보 선택 시기는 생각보다 상당히 늦다. 한국갤럽의 지난 지방선거 사후조사(2022년 6월 2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나타난 투표 후보 결정 시기는 ‘투표 당일·투표소에서’가 7%, ‘2~3일 전’이 12%, ‘4~7일 전’이 23% 등 선거일로부터 1주 이내 결정한다는 비율이 42%를 차지했고, ‘2~3주 전’이 14% 그리고 ‘선거 한 달 이전’이 41%였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의 이슈 관리가 상당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종섭 전 호주대사 사직은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직했다고 선거 판세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상대방의 공격 소재 하나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이어 터지는 민주당 후보들의 ‘대출’ 관련 이슈와 ‘막말’은 선거 막판 민주당에 악재다. 이런 이슈들이 선거 판세를 당장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이런 이슈가 계속 터져 나오면, 이슈의 ‘누적 효과’가 발생해 민주당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권은 열세라고 생각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해나가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후보 검증 문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 막판 판세는 혼조세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과연 이번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흥미진진하다. 여론조사가 어느 정도 선거 결과에 근접할지도 궁금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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