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바람이 구조됐지만…남아있는 동물들 어쩌나
'동물은 물건 아니다' 민법 개정안 폐기 수순
갈비뼈가 앙상히 드러나 '갈비 사자'로 불렸던 바람이가 구조된 후에도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의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작년 동물원 등록이 취소된 부경동물원은 '야생동물 전시시설 폐쇄 명령'까지 받으며 법적으로 동물을 많이 키우는 가정집과 다를 바 없어져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환경부와 경남 김해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부경동물원 동물원 등록이 취소된 데 이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야생동물 전시시설 폐쇄 명령을 내렸다. 환경청은 지난달 19일까지 동물원에 남은 호랑이와 사자를 다른 곳에 이관·양도하고 폐쇄하라고 명령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부경동물원에는 백호 1마리, 암사자 1마리, 라쿤, 알파카 등 동물 11마리가 남아있다.
원래는 더 많은 동물이 있었지만, 상당수가 같은 대표가 운영하는 다른 동물원인 대구 수성구의 A 테마파크로 옮겨졌다. 문제는 A 테마파크도 열악하다는 점이다. 지하상가에 위치한 완전 실내동물원인 A 테마파크는 입점한 지하상가 운영사가 파산하면서 사육환경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지난달 초엔 전기가 끊길 뻔했다가 지하상가 파산관재인이 전기요금을 일부 내면서 겨우 단전을 피하기도했다. A 테마파크는 작년 11월 17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휴관 중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A 테마파크에는 현재 279마리의 동물이 있다. 이 가운데 43마리는 사자, 긴팔원숭이, 붉은여우, 킹카주, 설카타 거북, 코뿔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규정된 국제 멸종위기종이다. 관할 대구시 관계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A 테마파크를 점검하고 있으며 지난주 점검 때 먹이 공급 등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사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적절히 치료가 이뤄졌다며 '최소한의 사육환경'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 복지를 중시하는 영국, 미국 등 해외 동물원의 경우 동물을 전시 수단의 개념으로 여기지 않는다. 동물원 동물들을 보호해야 하고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보전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물에게 넓은 면적을 제공하고, 동물이 원래 살고 있던 곳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짜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형 포유류에겐 넓은 면적의 공간을 제공하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균형 잡힌 식단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영국은 동물원허가법(Zoo Licensing Act)을 운영한다. 해당 법에는 동물원 동물들에게 줘야 하는 먹이와 물부터 스트레스 예방, 건강관리 등 권리를 넘은 복지에 대한 사항을 포함했다. 심지어 동물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대중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비밀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법으로 일일이 사육기준을 정할 수 없을 때는 해당 국가의 동물원 협회 지침 사항을 따르기도 한다.
또, 스위스의 동물보호법에선 호랑이, 사자의 경우 실내에선 30㎡, 실외에선 80㎡ 규모의 사육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실내와 실외 사육, 개체 수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육기준과 차별된다. 동물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사육환경이 나쁘다' 정도의 이유로 당국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구 수성구가 동물보호법에 따라 A 테마파크 동물들을 격리 가능한지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먹이 공급을 지속하는 등 운영자가 동물을 관리하고 있어 학대한다고 볼 수 없기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김해시가 부경동물원 등록을 취소한 배경에는 전문인력 등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법적인 이유와 함께, 등록된 동물원이어도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21년 10월 정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2년 넘게 계류된 상태다. 현재 21대 국회가 사실상 종료되며 22대 국회 개원 전 처리될 가능성도 작아 자동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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