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굴기 속도전…기시다 "규슈 TSMC 공장, 정책 총동원 지원"
일본이 과거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6일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 기쿠요마치(菊陽町)에 있는 TSMC 제1 공장을 시찰하고 “정책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TSMC 제2 공장도 기쿠요마치에 건설될 예정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8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을 앞두고 6일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제1 공장을 시찰하고, TSMC의 웨이저자(魏哲家) 최고경영자(CEO), 현지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2월 완공돼 올해 4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구마모토 TSMC 제1 공장은 일본이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기시다 총리는 TSMC의 구마모토현 진출에 대해 “일본 전체에 큰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며 “모든 정책을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웨이저자 CEO는 이날 기시다 총리에게 TSMC 제2 공장도 기쿠요마치에 건설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제2 공장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TSMC 제1 공장에서는 휴대폰 등에 사용하는 12~2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반면 제2 공장에서는 한단계 위인 6~12나노급 반도체를 만들게 된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구마모토 TSMC 공장을 중요한 거점으로 판단하고, 제2 공장 건설에도 7300억엔(약 6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를 일본 내에서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TSMC가 구마모토에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3 공장을 지을 가능성까지 벌써부터 거론된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던 일본이 다시 시장 패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통운, "반도체 전문 물류 거점 5곳 신설"
일본의 반도체 훈풍은 물류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 일본 최대 물류업체인 일본통운(NIPPON EXPRESS HOLDINGS)은 규슈와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본 5개 지역에 반도체용 물류 거점을 신설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7일 보도했다. 홋카이도에는 일본 반도체업체 라피더스가 현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통운은 올해 안에 홋카이도와 규슈의 사가(佐賀)현 등에 국내 반도체 물류 창고를 지을 예정이다. 간사이(関西) 지역 시가(滋賀)현에도 건설이 확정됐고, 도호쿠(東北) 지역 이와테(岩手)현에도 내년 중 신설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이면 일본 국내 반도체 물류 거점 면적이 총 28만㎡가 된다. 지난해 말에 비해 7배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전용 물류 창고에는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나 공장 기계 보수에 필요한 물품 등을 보관하게 된다. 반도체의 경우 온도나 먼지 등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물류 창고 건설에도 특별한 공정이 필요하다. 일본통운은 일본 내 반도체용 물류 최대 수탁업체로, 반도체 관련 매출액을 2028년 1000억엔(약 89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통운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도 최근 정부 지원에 힘입어 일본 반도체 업계가 활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TSMC 공장 유치 외에도 최근 3년간 반도체 관련 예산을 약 4조엔(약 35조 6000억원) 쏟아부으며 국내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이 연이어 공장 신설이나 증산을 결정했고, 물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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