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오픈런'에 빠진 MZ 부모들…그걸 노린 'SNS 아동복'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 아기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가운데 차별화한 제품을 내세운 중소 유·아동복 업체들이 부모가 된 MZ 세대를 공략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팬덤을 업고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거나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사례가 잇따른다.
오는 9일 경기도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4년 차 아동복 업체 ‘아프리콧스튜디오’가 정식 매장을 연다. 지난달 판교점에 문을 연 수입 명품 아동브랜드 ‘몽클레르 앙팡’ 옆에 나란히 입점하는 것. 6월에는 이 매장 옆으로 또 다른 명품 아동브랜드 ‘베이비 디올’이 들어설 예정이다. ‘미대 엄마가 디자인한 아동복’으로 알려진 브랜드 ‘드타미프로젝트’는 지난 2월 현대백화점 팝업 오픈런을 이끌었다.
희소성과 합리적 가격이 이끈 팬덤

두 중소 브랜드는 SNS에서 각각 16만 명(아프리콧스튜디오), 6만 명(드타미프로젝트)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소재·마감을 중요시한 고품질로 얻은 인기다. 아프리콧스튜디오는 ‘아빠가 만드는 아이 옷’이라는 콘셉트로 유명하다. 주성민 아프리콧스튜디오 대표는 “아이를 낳아보니 부모가 할 일이 너무 많더라”며 “아이 옷을 입히는 일에서만큼은 고민과 걱정을 덜어주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콘셉트는 부모가 된 MZ 세대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동복 구매자(127명)의 59.1%는 20·30세대였다. 구매 스타일은 ‘개성 중시형’(100점 중 60.9점)으로 전체 의류 구매자(57.6점)보다 개성과 트렌드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옷을 선호하는 부모가 많다는 뜻이다. 각각 손뜨개 모자와 독특한 스커트로 유명한 ‘마즈쿠리’(팔로워 2만7000명), 워니리본(팔로워 3만)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 제품이라는 인식도 더했다. 희소한 디자인이지만 명품처럼 비싸지 않은 9000원대 레깅스와 2만 원대 내의, 5만 원대 바지, 6만 원대 모자와 치마 등이다.
게임·놀이가 된 ‘온라인 오픈런’
저가 중국산 제품이 아님에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바탕에는 ‘프리 오더’ 제도가 있다. 제품 판매 시 주문을 1~2개월 먼저 받아 수요를 파악한 뒤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가 닥치자 대기업처럼 재고를 쌓을 수 없는 소규모 의류 업체는 생존을 위해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SNS에 공지된 일정에 맞춰 주문하고, 6~8주를 기다려 제품을 손에 넣었다.
패션업계는 이런 불편한 과정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가 됐다고 봤다. 백승은 워니리본 대표는 “손쉽게 구한 것이 아닌 만큼 더 큰 성취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 오픈런’ 속 주문 성공을 일종의 게임처럼 즐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조사 보고서에서 “아동복 구매자들은 쇼핑 과정에서 스트레스보다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는 ‘쇼퍼테이너’ 성향이 다른 의류 구매자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대기업도 속속 러브콜

현대백화점은 지난 2~3월 판교점과 대구점에서 키디키디, 아프리콧스튜디오 팝업스토어를 잇따라 열어 고객 유인에 성공했다.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21만 명의 SNS 팔로워를 보유한 ‘돗투돗’ 1호 매장을 열었는데, 첫날 수백 명의 고객이 줄을 서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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