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사외이사 이대로 괜찮나 [취재수첩]
“호화 이사회 논란으로 시끄러웠지만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켰잖아요. 기업 사외이사 논란이 해결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재계 관계자 토로다.
최근 열린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장인화 회장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회장에 이어 새 수장을 맞았지만 정작 바뀌지 않은 게 있다. 박희재 이사회 의장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뿐, 호화 이사회 논란에 휘말린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재선임됐다.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김태현 이사장이 “사외이사 활동이 과연 독립적이었느냐, 이해 충돌은 없었느냐 등 의구심이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지만 정작 달라진 점은 없었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는 의미다.
포스코뿐 아니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 차액결제거래(CFD) 위험 관리 실패로 지난해 수천억원대 손실을 낸 증권사 이사회도 제 역할을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메리츠·미래에셋·키움·하나·신한·NH·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7곳 이사회는 지난해 총 316건의 결의 안건 중 보류 1건을 제외하고 전원 찬성 의견을 냈다. 보류된 1건조차 키움증권의 차기 대표이사 선출 관련 안건이었고 다음 회의에서 곧장 가결됐다. 경영진 견제는커녕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 조언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런 활동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거수기 수준을 넘어 경영진의 보호막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주주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는 걸 더 이상 두고 보기는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사외이사 임기를 못 박거나, 주주가 글로벌 기업 경영인 등 경쟁력 있는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해 이사회 전문성을 키워야 할 때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해고한 미국 애플 이사회처럼 사외이사부터 ‘밸류업’해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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