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측정기 떨어트려 가슴 철렁…위기 넘긴 황유민, 국내 개막전 우승 보인다
실수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왔다. 평소처럼 코스에서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거리를 잰 뒤 이를 캐디에게 넘기려던 순간. 둘의 손이 맞닿지 않으면서 거리측정기가 공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보기 드문 비디오판독까지 시행되며 가슴을 철렁했지만, 최종 결과는 위기를 이겨낸 결정적 버디였다.
경기 도중 거리측정기를 떨어트려 벌타를 먹을 뻔한 황유민(21)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우승을 향해 전진했다. 황유민은 6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파72·668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 3타를 줄여 중간합계 13언더파 단독선두를 달렸다. 이날 자신을 끈질기게 추격한 11언더파 공동 2위 박혜준과 강지선, 문정민을 2타 차이로 제치며 국내 개막전 우승 청신호를 밝혔다.
2라운드까지 10언더파 단독선두를 질주한 황유민은 3라운드에서도 순항했다. 전반 4번 홀(파5)과 7번 홀(파3)에서 버디 2개를 잡아 단독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후반 들어선 버디가 쉽게 나오지 않았지만, 파 행진을 이어가면서 타수를 지켰다.
위기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찾아왔다. 266.1야드짜리 티샷을 페어웨이 복판으로 잘 보낸 뒤 핀까지 94.1야드를 남긴 상황. 황유민은 거리측정기로 남은 거리를 잰 뒤 이를 캐디에게 건넸다. 그런데 이 순간 캐디가 야디지북을 보느라 거리측정기를 제때 받지 못하면서 거리측정기가 공 옆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만약 거리측정기가 공을 쳤다면 1벌타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황유민과 캐디는 바로 경기위원을 불렀고, 공이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언으로는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자 경기위원은 중계화면을 수차례 돌려봤고, 비디오판독 결과 공이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판단해 벌타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5분 넘게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황유민은 정확한 세컨드 샷으로 앞선 실수를 만회했다. 핀 바로 뒤를 공략한 공이 백스핀이 걸려 뒤로 내려오면서 컵 바로 옆으로 붙었다. 탭인 버디. 벌타를 먹을 뻔한 상황에서 되레 1타를 줄이며 13언더파로 3라운드를 마쳤다.
황유민은 “처음에는 벌타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 실수였던 만큼 받아들이자는 생각이었다”고 아찔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이어 “오늘은 1~2라운드와 비교해서 샷이 흔들리고 퍼터도 아쉬웠다. 그래도 보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파 세이브를 하고, 18번 홀에서도 행운이 따라줘 잘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데뷔와 함께 마수걸이 우승을 경험했던 황유민은 “수비적으로 치려고 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 컨디션을 체크하며 샷이 잘 맞는다고 느껴지면 공격적으로 치고 나갈 생각이다”며 돌격대장다운 최종라운드 전략을 밝혔다.
한편 이날 3라운드에선 박혜준의 선전이 빛났다. 황유민과 2003년생 동갑내기로 데뷔 3년차인 박혜준은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타를 줄여 기존 공동 19위에서 11언더파 공동 2위로 점프했다.
어릴 적 호주에서 골프 유학을 한 박혜준은 “거의 모든 샷이 좋았다. 그래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경기를 했다”면서 “내일도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한다. 오늘처럼 상대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캐디와 호흡을 맞추면서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황유민과 박혜준 그리고 역시 11언더파 공동 2위인 강지선은 7일 오전 10시 55분부터 챔피언조에서 경기한다.
앞조에선 11언더파 공동 2위 문정민과 9언더파 공동 5위 박현경, 박주영이 함께 출발한다.
서귀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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