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골 함유 환각제 때문에 파묘까지…비상 걸린 시에라리온

중독성 강한 마약 ‘쿠시’로 국가적 위기 맞아
사람 뼈 구하기 위해 공동묘지 파헤치기도

아프리카 서부의 시에라리온에서 인골이 함유된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에라리온은 국가 존립 위기까지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5일(현지시간) 사람 뼈가 들어간 향정신성 약물 ‘쿠시’가 시에라리온에서 최근 수년간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시의 성분은 펜타닐과 트라마돌,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포르말린 등이며, 사람의 뼈가 들어가는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BBC는 “쿠시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에 중독자들은 마약을 제조하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사람 뼈를 파내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해 공동묘지의 보안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현재 프리타운 동부의 한 공동묘지에는 야간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의 크웨쿠 리스크 부시장은 파묘꾼들을 단속하기 위해 경찰에 묘지 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줄리어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쿠시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죽음의 덫’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마약이 국가의 실존적 위기를 초래한다고 우려했고, 쿠시에 맞서 싸울 거국적인 전담조직 구성을 지시한 상황이다.

비오 대통령은 또 “모든 지역에 마약 재활 센터가 설치될 것이며, 센터에는 훈련된 전문가들이 배치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쿠시로 인한 공식적인 사망자 집계는 없으나, BBC는 한 의사의 증언을 인용해 “최근 몇개월 동안 쿠시로 인한 장기부전으로 수도 프리타운에서만 수백명의 젊은 남성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시에라리온 정신병원은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 쿠시로 인한 입원 환자가 약 4000% 급증, 1865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BC는 시에라리온 길거리에서는 쿠시 중독으로 인해 팔다리가 부은 채 앉아 있는 젊은 남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발목에 붕대를 감은 채 치료를 받는 한 중독자는 “마약을 하는 것이 싫지만, 즐겁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