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전 결혼할래" 10만원 내고 커플 됐다…日 난리난 버스투어 [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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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일본인 여성 다카다(37·가명)는 수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올해 7년째다. 마흔 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힌 그는 지난달 '혼활(婚活·곤카쓰, 취업하듯 적극적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활동) 버스투어'에 참가했다.
평균 나이 43세의 남녀 22명을 태운 버스는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戸)시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봄꽃이 핀 일본 3대 정원 '가이라쿠엔(偕樂園)'을 거닐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현지 명물인 앙코나베(아귀탕)를 먹고, 인연을 맺어준다는 신사에서 소원도 빌었다. 이날 최종적으로 다섯 커플이 탄생했다. 다카다도 옆자리에서 말이 잘 통하던, 첫인상이 좋았던 48세 남성과 커플이 됐다.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 버스 여행과 소개팅을 합친 '혼활 버스투어'가 인기라고 지난달 24일 일본 TBS 방송 등이 전했다. 투어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20~50대 남녀가 대상이며 당일치기가 많다. 당일의 경우, 1인당 1만800엔(약 10만원)~1만8800엔(약 17만원)을 낸다. 참가 시점에 혼인·약혼·내연 관계에 있거나, 파트너와 동거 중이어선 안 된다. ▶문신(타투)한 사람▶반사회적 세력, 전과자 등은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투어도 있다.
흔들다리 건너고 꽃구경…버스 내리기 전 커플 발표
혼활 버스투어는 일반 버스 여행과 다르다. 우선, 여성은 버스 창가, 남성은 통로 측에 앉는다. 버스가 출발한 뒤, 옆자리 사람과 1대1로 자기소개를 하며 10분가량 대화한다. 그 뒤 남성이 자리를 옮기는 형식으로 참가자 전원이 점심 전까지 최소 한 번씩 인사를 나누게 된다. 그 뒤 '첫인상 카드'를 기록한다.
참가자들이 해변 산책·우동 먹기·양조장 견학 및 술지게미 젤라토 먹기·베이킹·흔들다리 건너기·딸기 따기·꽃구경·인연을 맺어주는 신사 방문 등 다양한 체험을 할 때, 인솔자는 카드 기재 내용을 바탕으로 서로 호감이 있는 이들끼리 팀을 짜주고 대화를 장려한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커플이 되고 싶은 희망자를 적어내면, 내리기 전 커플 성사 여부를 발표한다. 커플이 되어도 성과보수 명목으로 돈을 추가로 받지 않는다고 명기한 투어가 대부분이다.
일본 MBS방송은 지난달 평균 연령 61세의 '시니어 혼활 버스 투어'를 취재했다. 20여명의 참가자는 "배우자를 떠나 보낸 지 2년 됐다", "남자 혼자서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 등 자기소개를 하며 만났다. 이날 시니어 혼활 투어에선 총 여덟 커플이 탄생했다.
언론들은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혼활 버스 투어'가 역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 보험사 메이지 생명이 조사한 결과 만난 지 1년 내로 결혼한 일본 커플의 25%는 앱으로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25%)을 제외한, 지인 소개(13.5%), 학연(9.4%) 등에 비해 높다. 이와 관련, 혼활 버스투어에 참가한 40세 여성은 TBS에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인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미래 배우자 찾기에 힘을 보태는 체육 행사도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오카야마 마라톤의 경우, 참가자 중에 커플이 되면 호텔 식당 점심 이용권 등 선물을 주기로 했다고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이밖에 비대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만나는 '메타버스 혼활'도 일본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돗토리(鳥取)현 등 일부 지자체는 사람을 만나면 긴장하는 이들을 위해 가상공간 '버추얼 돗토리'혼활 이벤트를 지난달 22일 처음 진행했다.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남녀 14명이 아바타를 내세워 인터넷상에서 게임·대화 등을 함께 하며 교류했다. 돗토리현 관계자는 "연내로 500쌍 커플을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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