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죄자가 오고 싶은 나라 되나"…야권 검찰개혁 작심비판
“수사권 조정 후 형사사법 비효율이 심화했다.”(박성재 법무부 장관, 지난 3일 법무부 회의)
“‘검수완박’ 도입으로 범죄 피해자가 속출했다.”(이원석 검찰총장,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회의)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대표되는 야권식 검찰 개혁에 대한 성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원석 총장은 2022년 4월 검수완박 법안 통과 후의 시기를 “참담한 시기”라며 “우리나라가 ‘범죄자가 오고 싶어 하는 나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가 특정 정당의 정책을 작심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개혁 완성’과 ‘검찰 독재 타도’를 머리띠에 두른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여러 야당이 개악 수준의 검찰 개혁을 주장한 데 따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국민 피해, 사법 정치화…“기득권 방탄용” 우려도
①수사·재판 지연 가중=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수사와 재판 지연이다. 지난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2대 범죄(경제·부패)로 축소되고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사라져 수사 지연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70년간 이어온 형사사법 체계를 단기간에 뜯어고치면서, 경찰은 수사에 과부하가 걸리고 검찰은 보완 수사로 다시 경찰에 떠넘기는 ‘사건 핑퐁’이 현실화했다.
②사법의 정치화=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이 공약한 검사장 직선제 도입 역시 사법의 정치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검사장 직선제는 지방선거 때 각 지방 검찰청장(검사장)을 주민 투표로 뽑는 제도를 말한다. 유권자에 의해 뽑히는 만큼, 검찰 카르텔이 깨지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게 두 정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선 검찰청의 수사를 책임지는 검사장이 주민 표로 좌우되면 검사들이 특정 정치 세력에 줄을 대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민주당에서조차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만 키울 수 있다”(김용민 의원)고 할 정도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미국의 검사장은 우리와 달리 사실상 정치인”이라며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검찰이 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감 직선제의 부작용 전철을 밟을 거란 말도 나온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이 제도는 막대한 재정 소요, 교육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여러 논란을 불렀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장 직선제가 실시되면, 검찰 내부는 보수·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정치 대결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누가 이득 보나?=일각에선 “야권식 검찰 개혁은 ‘방탄용’”이란 의심도 나온다. 전임 정부 때 인권 보호 강화 명목으로 강화된 불구속 재판 원칙 덕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심 유죄에도 구속되지 않고 창당했다. 조 대표를 포함해 불구속 상태로 총선에 출마한 피고인이 최소 34명이다. 구속 중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왜 나만 구속하냐”는 취지로 판사에게 따지기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사법권이 형해화되면 입법 권력을 강제로 옥죌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 시스템이 사라지는 셈”이라며 “지금 검찰 개혁을 외치는 사람 중 수사·재판을 받는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지 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명료한 제도를 어렵게 찢어놓았을 때 이득을 보는 건 기득권”이라고 말했다.
현직 판사 “고등학생 수준 법안 반복…사기범 창궐 시대”
2022년 검수완박 법안 공청회에서 “조직범죄 수괴가 가장 바랄 법한 시스템”이라 지적했던 모성준 대전고등법원 판사는 지난 2월 출간한 저서『빨대사회』에서 “국회가 고등학생 조별 과제 수준의 법률안을 자랑스럽게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며 “2020년대의 대한민국은 사기 범죄 조직들이 본격적으로 창궐했던 시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원한 현직 검사도 “법원·검찰 조직이 무너진들, 판·검사는 변호사로 살면 되고 사법 제도가 복잡할수록 몸값도 높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무너진 공동체 질서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을 정치의 영역에서 휘두르려 하지 말고, 무너진 사법 체계를 바로잡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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