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진영 논리로 갈라진 교회를 살리려면

신상목 2024. 4. 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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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미션탐사부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8명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가 국민의 주권을 행사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높은 투표 의향은 바람직해 보인다.

기독교인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마땅하다. 헌법 제20조 2항에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며 ‘정교분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투표 행위는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0 총선에 임하는 교회와 신자들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선 현재의 정치 지형이 과거와 달리 매우 혼탁한 데다 팬덤정치와 혐오정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처럼 정당과 후보의 정책과 강령,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마치 복수혈전을 방불케 하는 구호만 난무하는 것 같다.

이런 현실에서 기독교인이 신앙적 기준을 가지고 적합한 후보를 뽑는다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물론 최근 기독교계와 기독청년 그룹 등에서 후보들에 대한 평가와 정책을 따져보고 투표 참여와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한다.

더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진영 논리에 물들어 있다. 이 점이 어쩌면 공명선거를 방해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진영 논리는 지난 정권 시절 교회 안에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소위 광화문 집회를 통해 광범위하게 교회 속으로 들어왔다. 그 결과 보수는 선, 진보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됐다. 나아가 보수는 기독교 세력으로 당연시됐고 진보는 종북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러한 이분법은 현재 한국교회 안에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다. 영화 ‘건국전쟁’이 진영 싸움으로 번진 것이 대표적 증거다. 건국전쟁을 본 기독교인의 후기 중엔 ‘건국전쟁 관람 독려 교회와 아닌 교회로, 이단인지 종북 교회인지 판명된다’는 글이 있었다. 이것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진영 논리를 교회 안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은 목회자들이었다. 과거 같으면 목회자들은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목사가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당을 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합의가 교회 안에 존재했다. 대신 현실정치는 교회 내 신자 중에 정치적 지도력이 있는 사람들을 국회의원에 당선되도록 도와 그들이 정의와 공의를 실현하도록 했다. 그들이 보수 정당이든 진보 정당이든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합의는 깨졌다. 목회자들이 정치 전면에 등장했고 신자들에게도 공공연하게, 또는 직접적으로 특정 정당을 말했다. 하지만 목회자가 특정 정당을 편들거나 비난하는 순간 교회는 바로 분열된다. 왜냐하면 교회 안에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의식 있는 목회자들은 이 같은 진영 논리에 의한 교회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목회자들이 가만있으면 된다. 목회자들이 침묵하면 된다. 목회자들이 정치적 발언을 삼가면 된다. 교인 중엔 보수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악이요 사탄은 아니다. 단언컨대 목회자가 교인들을 대상으로 특정 정당을 강조하거나 비판한다면 그것은 이미 교회가 아니다. 정치 파당일 뿐이다.

10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한국교회 목회자가 할 일은 조용히 기도하는 일이다. 이 나라가 좌우, 여야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오직 성경적 가치관에 따른 정치가 행해지기를 바라야 한다. 무엇보다 50년 전 국제로잔복음화운동이 결의한 ‘로잔언약’의 다섯째 항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의 내용처럼 “불의한 세상 속에서 그 나라의 의가 나타나도록” 기도하고 힘써야 한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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