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in 부산]해운대의 밤을 은혜의 빛으로 물들이다
1030세대에게 소명과 은혜의 본질 메시지로 전해
탈종교 현상의 가속화, 종교에 얽매이지 않은 영적인 삶(SBNR)을 추구하는 이들의 확산. 1030세대의 영성을 진단할 때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종교를 이탈하기보다는 그 안에 머물기를 갈망하고, 복음으로부터 영적 진리를 발견하는 청년들에게서 한국교회는 희망을 본다. 그 중심에는 ‘오직 은혜(Sola Gratia)’에 대한 저마다의 고백이 있다.
이 시대의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왔던 국민일보 갓플렉스(Godflex)가 4일 오후 막을 연 집회에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았을 ‘오늘’에 대한 이야기가 현장을 가득 메운 1500여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올해의 주제 ‘은혜의 빛 속에’로 흠뻑 젖어들게 해 준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사랑홀로 들어가 봤다.
집회 현장엔 개막 전부터 기대감을 갖고 무대 앞자리를 찾은 이들이 있었다. 전하은(23)씨는 “평소 자주 듣는 예람워십의 찬양을 직접 듣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뛴다”며 “오늘 강연을 통해 세상을 분별하는 크리스천으로서 회색지대를 비추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이지만 갓플렉스 참석을 위해 거제도에서 하교하자마자 찾아왔다는 최건우(18) 군은 “부산에 와본 게 이번에 처음인데 좋은 찬양, 나를 바로 세워주는 메시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수험생 시절을 거뜬히 이겨낼 힘을 얻고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오후 7시, 해운대 밤바다를 옮겨 놓은 듯 짙푸른 조명이 내려앉은 객석과 어둠을 가른 빛줄기가 무대를 감싼 공간에 예람워십이 등장하자 장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강렬한 드럼 비트와 함께 대표곡 ‘놀라우신 은혜’가 울려 퍼지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모든 걸음 되시네’ 찬양이 이어질 땐 곡의 가사처럼 ‘흔들리고 멈춰진 삶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함께 하시는 주’를 마음으로 되새기며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1시간여 뜨겁게 찬양 열기가 달궈진 무대에 오른 설교자는 임형규 라이트하우스서울숲 목사였다. ‘당신을 보내신다’(눅 2:8~20)를 주제로 등단한 그는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특유의 화법을 문장마다 녹여냈다.
“크리스마스 때 우리는 루틴처럼 얘기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게 기쁜 소식이라고. 그런데 예수님 입장에서도 그럴까요? 하늘의 모든 권세를 내려놓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마구간으로 내려오셨는데도요?” 잠시 침묵이 흐른 집회 현장에 꽂힌 임 목사의 한 마디는 “왓 이즈 유어 미션(너의 임무가 무엇이냐)!”이었다. 그러면서 영화 ‘터미네이터3’의 한 장면을 소환했다.
“주인공에게 ‘마이 미션 이즈 프로텍트 유(내 임무는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다)’라며 찾아왔던 터미네이터가 해킹을 당해서 그를 죽이려고 하자 주인공이 외칩니다. ‘왓 이즈 유어 미션!’ 그때 정신을 차리죠. 지금 내가 처한 형편없는 상황이 아니라 내 임무, 내 소명이 기준이 돼야하는 겁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목적대로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해 이 땅에 왔다는 걸 알았던 예수님처럼요. 당신의 직장에서 학교에서 부산에서 소명의 사람이 되십시오.”
집회에선 크리스천 청년들의 일상 영성을 돕는 ‘초원AI’의 김민준 어웨이크 코퍼레이션 대표, ‘힐링 BGM 장인’으로 불리는 가수 커피소년, 인생역전 일타강사 전한길(한국사) 강사의 강연이 이어졌다.
김 대표에게선 AI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25세 청년으로서 경험한 ‘하나님과 나, 그리고 은혜’의 이야기가 가감 없이 전달됐다. 10대 시절부터 투자 업계의 관심을 받으며 ‘천재 사업가’로 불렸지만 한 순간에 빚더미에 앉았을 때도, 한 제약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벼랑 끝 위기를 벗어났을 때도, 재기에 성공해 2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초원AI의 명운을 두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도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기독교 콘텐츠 말고 소셜 카지노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로 전환하면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을 수없이 받지만 ‘초원AI’와 함께 부어주신 은혜가 세상적 유혹을 거뜬히 이겨내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하루, 한 달이 생존의 갈림길이 되기도 하지만 언제 멈출 지를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멈추기 전까지 무엇을 할 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게 크리스천 청년으로서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대표곡 ‘장가갈 수 있을까’를 개사해 ‘천국갈 수 있을까’로 부르며 무대에 등장한 커피소년은 이날 6곡을 부르며 노랫말에 담긴 빛 같은 은혜를 전했다. ‘다리미’를 부르고 나선 청년의 때에 겪었던 방황과 고민 때문에 구겨진 마음이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로 펴졌던 경험을 전했다.
자신이 솔로였을 때 만들었던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를 부르고 나선 “늘 나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던 고민과 기도가 가정을 이룬 뒤에는 우리의 고민으로 바뀌고 누군가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청년의 때에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응원하며 ‘행복의 주문’을 부를 땐 “행복해져라” 노랫말이 ‘떼창’으로 장내에 가득 찼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전 강사는 “내 인생의 가장 바닥에 있을 때 하나님이 가장 가까이 다가오셨다”는 고백으로 말문을 열었다. 스타강사, 학원과 출판 사업으로의 확장, 실패로 떠안은 25억 채무와 신용불량자로 잃어버린 10년. 그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혼자 방에서 울며 기도했다고 했다.
“하나님 아버지 이 땅에 나를 보냈을 때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분명히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라고 살라고 보냈을텐데 빚더미에 깔려 죽으면 그 목적 이루지 못할 거 아닙니까. 빚만 갚고 죽어도 좋으니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그거 좀 이뤄주세요.”
기도로 작은 위로를 얻은 그에게 요셉 다니엘 다윗 욥 등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한 성경 속 인물들이 힘을 더해줬다. 그리고 그는 다시 일어서 정상에 올랐다. 전 강사는 “돌아보면 은혜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며 “우리의 신앙 선배들이 보여 준 삶 또한 끊임없이 부어주시는 은혜를 발견한 역사의 연속”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우리의 청년들이 N포세대가 아니라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세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또 당첨을 간구하는 기도가 왜 잘못됐는지를 꼬집을 땐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출석교회에서 찬양팀 리더로 섬기고 있는 송명진(34)씨는 “유명 찬양팀의 공연을 직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갓플렉스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갓플렉스가 열려 부산 지역 청년들이 오늘 얻은 감격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올해 5회째를 맞은 갓플렉스는 국민일보와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회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이 시대적 어려움 앞에서 위축을 겪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도전을 심어주기 위해 2020년부터 매년 진행해 온 행사다. 올해는 부산을 시작으로 청주(6월 21일), 천안 백석대(9월), 서울(12월)까지 연속 집회를 개최한다.
부산=최기영 유경진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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