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건소 만들겠다” 22대 총선의 ‘반려동물 공약’은? [멍멍냥냥]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녹색정의당 “수의료비 부담 덜겠다”
4일 기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등 5개 정당 중 반려동물 또는 동물 공약을 발표한 정당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총 3곳이다. 세 정당 모두 보호자의 수의료비 부담 완화와 수의료 체계화를 내세운 것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동물병원 진료비 부가세 면제 확대 ▲광견병 등 필수예방접종 무료화를 통해 수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반려동물 생체정보 확대 등록 ▲진료기록부 공개 의무화 ▲진료항목 표준화 추진을 통해 전문보험회사가 펫보험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펫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은 지문으로 주민등록을 마치지만, 반려동물은 비문 등 생체정보를 연계한 동물등록이 원활하지 않아 개체가 식별되지 않는 때가 많다. 또 같은 질병을 치료해도 동물병원마다 전산에 등록하는 질병명과 진료항목이 다르고, 진료기록부를 발급하지 않는 동물병원이 있어 펫보험사가 보험금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 이 세 가지 요인은 그간 펫보험 발전을 바로막는 장애물로 꼽혀왔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반려동물 보건소(공공동물병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려동물보건소를 확대해 예방 접종과 상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며, 녹색정의당은 자치구 보건소에 동물보건소를 설치해 기본검진·치료, 백신 접종, 중성화 수술 등을 시행함으로써 수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동물등록제 강화 유인책으로 수의료비 절감 혜택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3개월 이상의 반려견은 동물등록이 의무지만,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견 양육자 76.4%만이 동물등록을 마쳤다고 답했다. 이에 녹색정의당은 동물등록을 할 때 반려동물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사람이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비 혜택을 받듯 등록된 동물만이 수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동물의료체계 도입을 제시했다. 반려동물 의료비 표준 수가제와 진료비 고지 의무화 역시 녹색정의당 총선 공약집에서 언급됐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지원하는 정책도 담겼다. 국민의힘과 녹색정의당은 공공 반려동물 장례시설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녹색정의당은 이 밖에도 반려동물 장묘업체 관리감독을 강화해 홈페이지에 비용 등 정보를 공시하게 하고, 펫로스증후군 치료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녹색정의당 “반려동물뿐 아니라 동물 전반 복지 강화”
반려동물 위주의 정책을 제시한 국민의힘과 달리,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동물 일반의 법적 지위 개선을 내세웠다. 현재 한국 민법은 동물을 원칙적으로 ‘물건’으로 규정하며, 동물보호법 등에 의해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생명체’로 인정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민법을 개정해 동물의 지위를 물건에서 생명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은 자연환경이나 동식물과 같은 비인간 존재에도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공사로 서식지가 파괴되는 등 권리를 침해당할 시 생태후견인을 통해 사법적 구제를 받을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유기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야생동물, 축산동물의 삶의 질 향상에 관한 정책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기동물보호센터 동물복지 기준 마련, 예산 지원 강화 ▲축산동물 복지 가이드라인 준수 농가에 직불금 지급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과 표준화 지원 ▲전시동물 서식환경 개선 지원 ▲공영동물원에 야생동물보호시설 설치 등을 제안했다. 녹색정의당은 ▲민관협력기금 통한 동물대체시험 기술 개발로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동물원의 생추어리(Sanctuary) 전환 ▲로드킬 예방 위한 도로 위 생태통로 설치 확대 ▲새 충돌 방지를 위해 신규 투명 방음벽에 건축물 스티커부착 의무화 ▲주요 도축장에 동물복지 인증 기준 의무 적용 등을 공약했다. 생추어리는 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안식처를 말한다. 현재는 도축되기 전에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농장동물 위주로 운영된다.
◇‘개 식용 종식법’ ‘루시법’ 등 논란의 법 밀어붙이겠단 공약도
동물보호단체와 산업계 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도 다뤄지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 식용 종식에 참여한 개 사육농가와 음식점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개 식용 종식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사육·증식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욕 목적의 사육 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했다. 업계 종사자들의 폐업·전업을 위해 이 법에 따른 처벌은 3년 후인 2027년부터 시행된다. 이미 입법이 완료됐지만, 지난달 26일 대한육견협회가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신청을 청구한 상태라 자리 잡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녹색정의당은 반려동물 유통과 판매를 제한하는 한국의 ‘루시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루시법은 2018년 영국에서 공포된 동물보호법이다. 영국 한 번식장에서 ‘루시’라는 이름의 개가 처참한 몰골로 발견되며 동물의 공장식 대량생산을 금지하자는 여론이 조성된 것이 계기였다. 한국의 ‘루시법’은 올해 1월 동물권행동 카라와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발의한 바 있다. ▲동물 경매업 퇴출 ▲펫숍에서 6개월령 미만 동물 판매 금지 ▲동물생산업소 사육두수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한국펫산업연합회와 한국애견연맹 등 단체는 일부 몰상식한 동물 생산자들의 행위를 잡으려다 펫산업 전체가 말살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동물생산업자 관리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루시법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산업계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루시법’이란 단어를 공약집에서 언급하진 않았으나 개·고양이 생산공장을 없애기 위해 시설별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고, 시설에서 준수해야 하는 동물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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