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삼성 양보 없는 ‘ETF 1위 싸움’ [맞수맞짱]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4.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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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산운용 | 미래에셋운용 vs 삼성자산운용
자산운용업계 2강으로 평가받는 삼성자산운용(사진 오른쪽)과 미래에셋자산운용(왼쪽) 간 1위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자산이 운용 규모(AUM) 1위를 달리지만 순이익에선 미래에셋운용이 압도적 1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 제공)
자산운용업계 부동의 2강으로 평가받는 삼성자산운용(이하 삼성자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운용) 간 1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자산이 운용 규모(AUM) 1위를 달리지만 순이익에선 미래에셋운용이 압도적 1위다. 운용업계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피 말리는 점유율 경쟁을 벌인다. 다만, 최근 들어 삼성자산의 뚜렷한 우위 구도는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자산의 1위 정체성(Identity)이 시간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삼성, ETF 1위 구도 퇴색

미래, ‘TIGER’ 앞세워 맹공

두 회사 간 각축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ETF 시장이다. ETF 등 패시브 펀드는 특정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거의 그대로 복제해 지수 등락률만큼 좇는다는 의미에서 수동적(Passive)이다. 액티브 주식형 펀드 대비 투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보수가 낮다. 기업이익을 가격(P)과 수량(Q)의 함수로 본다면, ETF는 펀드 보수(P)가 낮아 점유율(Q)을 늘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삼성자산과 미래에셋운용이 ETF 시장 AUM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쏟는 이유는 운용사 손익 구조를 뜯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운용업 이익의 규모와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펀드 운용보수(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와 자산관리 수수료(투자 자문+투자 일임 등)다. 특히 자산운용사 점유율과 직결되는 AUM은 영업이익을 좌우한다. AUM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 구현이 가능하므로 수수료율 등 손익 구조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AUM이 증가하면 똑같은 보수율을 적용해도 자연스레 운용보수 수익(집합투자기구 운용보수)이 급증한다. 즉, 안정적인 AUM을 기반으로 한 운용보수 수익은 운용사 손익 변동성을 낮춰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ETF 시장 AUM 부동의 1위는 삼성자산이었다. ETF는 상품 특성상 위험 회피 성향이 짙은 보수적인 투자자가 주 고객이었다. 걸출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삼성자산은 위험 회피 성향 투자자를 불러 모으며 ETF 시장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 미래에셋운용은 ETF 시장 후발 주자다. ETF 시장은 ‘퍼스트무버’, 즉 선발자 이점이 큰 시장이어서 후발 주자가 ‘Q의 싸움’에서 역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판도가 확 달라졌다. 2019년 말 삼성자산과 미래에셋운용 간 AUM 점유율 격차는 2배 가까이 됐다. 2021년 들어 점유율 격차가 크게 줄었고 최근에는 두 운용사 간 점유율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순자산 기준 최근 점유율은 삼성자산 약 40%, 미래에셋운용 약 37%로 두 회사 간 격차가 3% 안팎에 불과하다.

속이 타는 쪽은 1위를 질주하던 삼성자산이다. 생명과 화재를 제외한 삼성 금융 계열사는 그렇지 않아도 ‘삼성의 계륵’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점유율 1등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51%’ 선을 사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삼성 계열사로 정당성을 강화하려 안간힘을 썼으나 이 고지마저 속절없이 내준 데 이어 자칫 2위로 추락할 처지다.

미래에셋운용이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을 맹추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상품 전략 차이와 투자자 구성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우선, 자본 시장에서는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 국면을 겪으면서 2030을 중심으로 한 새 투자층이 대거 유입됐다. 이들은 기존 자본 시장의 주된 고객이었던 50대와 달리 위험을 적극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ETF를 고를 때도 이런 성향이 두드러진다. ETF는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복잡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고 주식 시장이 오를 것 같다면 롱(매수) 포지션 ETF를, 내릴 것 같다면 쇼트(매도) 포지션 인버스 ETF를 사면 된다. 새롭게 자본 시장에 유입된 젊은 투자자들은 롱 혹은 쇼트 포지션 ETF를 매수할 때도 기대수익률 눈높이가 높다. 이들은 대부분 지수 등락의 2배가량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선호한다.

이런 유의 투자자에게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 아래 묶인 삼성자산의 상품 구색은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단 분석이다. 삼성자산은 대체로 채권형 펀드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CD금리, 은행채, 회사채와 더불어 국고채 10년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KODEX ETF 인기가 꾸준하다.

반면, 미래에셋은 ‘타이거(TIGER)’ 브랜드를 앞세워 상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짰다. 대표 지수를 좇는 ETF뿐 아니라 기술 기반 해외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테마형 ETF를 대거 늘렸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 테마형 ETF는 펀드매니저가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ETF의 한 종류다. 액티브 ETF는 종목 구성과 비중 등을 정할 때 지수를 그대로 추적하는 ETF보다 펀드매니저의 권한을 조금 더 반영한다. 가령,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 ‘TIGER미국테크TOP10 INDXX’ ‘TIGER미국나스닥100’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등은 타이거 ETF 순자산을 늘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상품이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운용은 메타버스와 생성형 AI(인공지능)를 비롯 시장 트렌드를 탄력적으로 반영하며 기민하게 대응했다. 최근 미래에셋운용은 ‘Chat GPT’ 같은 혁신성장 테마 ETF를 앞세워 상품 카테고리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미래에셋 TIGER ETF 순자산은 4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미래에셋이 지난 2006년 ETF 시장에 진출한 뒤 17년 만에 거둔 성과다.

특히 글로벌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운용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 2월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이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ETF 순자산 규모는 총 151조원에 달한다. 현재 미래에셋운용은 미국, 베트남,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영국, 인도, 일본, 중국,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홍콩 등 16개 지역에서 자산을 운용한다. 미국에서는 2018년 ‘글로벌(Global) X’를 인수하면서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의 ‘글로벌 X 재팬(Global X Japan)’은 일본 유일 ETF 운용사로 지위를 다졌다. 캐나다 ETF 4위 운용사 ‘호라이즌스(Horizons) ETFs’는 금리형 등 인컴형 ETF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순이익 미래가 압도

해외 부동산 손실 확대 악재

순이익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압도적 1위다. 삼성자산과 미래에셋운용을 견주는 게 민망할 정도 격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별도 기준 지난해 삼성자산 당기순이익은 796억원으로 전년(773억원) 대비 약 3% 증가에 그쳤다. 별도 기준 지난해 미래에셋운용 순이익은 4171억원으로 전년(5262억원)보다 21%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2위 삼성자산의 5배를 웃돈다. 운용자산 기준 상위 7개사 순이익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

미래에셋운용이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은 지분법 이익 덕분이다. 미래에셋운용은 그룹 지배구조 핵심 위치에서 주요 계열사 수익을 지분법 계정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지배구조는 ‘박현주 회장 → 미래에셋컨설팅 → 미래에셋자산운용 → 미래에셋캐피탈 → 미래에셋증권 → 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진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배구조 핵심에 놓여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컨설팅이 각각 지분 60%, 34%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박 회장 일가는 미래에셋운용을 지렛대로 증권과 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다.

지분법 효과를 제외해도 미래에셋운용이 국내 운용사 가운데 최고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지분법 이익이 계산되지 않는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삼성자산 1014억원, 미래에셋운용 948억원으로 삼성자산이 간발의 차로 1위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미래에셋운용이 영업이익에서도 삼성자산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다만, 올 들어 해외 부동산 손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미래에셋운용 평판(Reputation)에 뼈아픈 악재다. 최근 미래에셋운용이 과거 내놨던 3000억원 규모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가 반 토막 나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불완전판매 논란이 드센 가운데 계열사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상품에 크게 물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래에셋맵스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9-1호(9-1호)’에 1340억원을 투자했는데, 858억원 손실을 보고 있다. 손실률은 마이너스(-) 64%다.

수장 간 자존심 대결

삼성 출신 ‘친정’에 비수

삼성자산과 미래에셋운용 수장 간 자존심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미래에셋운용은 최창훈, 이준용 부회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다. 최 부회장은 부동산 전문가로 부동산 운용 전반을 총괄한다. 그는 1969년생으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 석사를 받았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부문 총괄 등을 거쳐 2021년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있다. 올해와 내년 미국·유럽 등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심화하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 분쟁이 잦은 점은 향후 그의 거취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준용 부회장은 부동산 외 ETF 등 운용 전반을 총괄한다. 그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서봉균 대표는 2021년 12월부터 삼성자산을 이끌고 있다. 운용업계가 불황을 겪는 가운데 2022년, 2023년 실적 개선세를 이끌어 비교적 순항하고 있단 평가다. 지난해 말 삼성금융그룹 계열사 대표이사가 줄줄이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서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다만, ETF 시장 경쟁 가열에 따른 핵심 인력의 잦은 이탈은 서 대표에게 골칫거리다. 삼성 출신 인력을 뺏고 뺏기는 싸움이 빚어지면서 삼성자산은 비상이 걸렸다. 국내 ETF 상위 운용사 요직은 모두 삼성 출신이 맡고 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을 필두로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부문 대표, 김찬영 KB운용 ETF사업본부장,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 김남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장 등이 모두 삼성 출신이다. 김남기 대표는 ‘TIGER’ 브랜드 저변 확대를 주도하며 테마형 ETF 성장에 기여했다.

한편, 국내 운용업계 대표 주자가 주식형 공모펀드가 아니라 패시브 상품인 ETF에만 주력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액티브 자회사를 따로 둔 삼성자산과 달리 미래에셋운용은 같은 조직 아래 있다 보니 액티브 운용 인력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안다”며 “국내 대표 운용사답게 ETF뿐 아니라 다양한 액티브 상품을 발굴해 국내 증시 수급 체질을 개선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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