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연락 없는 지인, 칼차단에 번호 지우는 사람… 심리 뭘까? [별별심리]

임민영 기자 2024. 4.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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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의 번호를 지우는 습관은 인간관계에 연연해하지 않는 경향을 반영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오랜 기간 연락을 주고받지 않으면 연락처를 완전히 지워버린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테오’에 출연한 배우 이보영(45)은 “2년에 한 번씩 전화번호를 다 지운다”며 “2년 동안 연락을 안 했으면 굳이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배우 김서형(50) 또한 “이야기할 게 없으면 단체 채팅방에서 나가는 편”이라며 자신만의 연락 스타일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연락 안 하면 굳이 저장할 필요 없지” 등의 댓글로 공감했다. 지인 연락처를 관리하는 방식에 따른 심리적 특징을 알아봤다.

◇인간관계를 다루는 성향과 정리하는 성향에서 차이 나타나
주기적으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의 번호를 지우는 습관은 인간관계에 연연해하지 않는 경향을 반영할 수 있다. 모든 인간관계를 신경 쓰기보다 자신의 이익에 맞는 사람을 저장하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번호는 ‘이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저장하게 된다”며 “선행을 베풀려고 저장하기보다 내 이익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저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해관계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특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보다 현재를 중요시하는 2030세대들의 특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리를 잘하는 성향 때문에 주기적으로 연락처를 지우기도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필요 없는 인맥을 관리하려는 목적”이라며 “연락하지 않는 가벼운 관계는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곽 교수는 “결국 미니멀 라이프의 일종이라고 봐도 된다”며 “너무 많이 쌓이니까 스스로 정리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락처를 지우는 행위는 다시 인간관계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 임명호 교수는 “현실이 너무 힘들고 고달프면 리셋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며 “연락처를 지우는 것도 힘들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수한 상황에서 연락처를 지운다면 정리하려는 성향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인과 헤어지고 연락처를 지운다면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미가 크다. 곽금주 교수는 “이 행위를 통해 관계를 끊겠다고 다짐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테오’에 출연한 배우 이보영(45)은 2년 동안 연락을 안 했으면 연락처를 지운다고 말했다./사진=유튜브 채널 ‘테오’
◇연락처 집착하는 강박 성향도 존재
반대로 연락처를 쌓아두는 것에 집착한다면 맥시멀 라이프의 성향일 수 있다. 전화번호를 저장하면서 다양한 인맥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곽금주 교수는 “관계망이 많다는 것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위해 연락처를 지우지 않고 쌓아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격상 과시하고 싶어서 연락처를 저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연락처를 하나의 자산으로 여기고, 계속 쌓는 것이다. 곽 교수는 “일부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불안해서 연락처를 못 지우고 계속 저장한다”며 “이때 불안감이나 불편함이 극심해지면 번호 저장에 대한 강박 성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150명 넘으면 관계 관리 힘들어져
연락처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임명호 교수는 “우리 뇌가 효율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인 ‘던바의 수’는 150명”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점 커졌고,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도 향상했다. 임 교수는 “150명까지는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150명을 넘으면 관리하기 어려워진다”며 “연락처의 수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강박적으로 연락처를 관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곽금주 교수는 “저장을 안 했을 때 불안하거나, 반대로 너무 지우고 싶어서 불편하다면 강박 성향이 있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곽 교수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접하는 번호도 많다”며 “지나치게 번호가 많다 보니 그냥 저장하기보다 최소한의 정보량을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등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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