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실적 더블딥…엔씨 ‘부활’을 외치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4.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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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첫 공동대표제…변화 시작한 게임 공룡

엔씨소프트가 첫 공동대표 시대를 맞이한다. 창사 이래 김택진 창업주가 홀로 경영을 도맡아왔지만, 올해 변화를 택했다. 지난해 말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김 대표는 게임 개발과 사업을 도맡고. 박 대표는 회사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택한 배경에는 주가와 실적이 모두 하락하는 ‘더블딥’ 현상이 자리한다.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한 상태다. 실적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20만원에서 횡보한다. 회사 실적을 반등시킬 신작마저 요원하다.

사면초가에 처한 엔씨소프트가 이번 변화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에 돌입한다. 실적 주가 위기를 극복할 ‘묘수’가 나올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왼쪽이 김택진 대표, 오른쪽이 박병무 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현금 창출 능력 급감, 이익↓

리니지 외 히트작 부진 여파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0%, 75% 감소했다. 실적과 함께 주가도 고꾸라졌다. 2022년 1월 66만원이었던 주가는 2024년 3월 현재 2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일반적으로 게임업계에서는 실적을 현재의 가치, 주가를 미래의 가치로 판단한다. 게임주 특성상 당장 실적이 안 좋더라도, 신작 라인업이 탄탄하고 개발력이 검증된 회사는 주가가 쉬이 내려가지 않는다. 즉, 실적과 주가가 모두 부진하다는 뜻은 현재와 미래 모두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다.

실적 하락에는 주력 게임의 매출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게임 특유의 매출 하향 현상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게임 상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이 하락한다. 리니지M을 비롯한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 다수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서비스 초창기보다 각 게임이 거두는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주요 게임의 부진은 영업 활동 현금흐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업 활동 현금흐름은 해당 회사의 영업 활동이 현금을 얼마나 창출하는지 측정한 수치다. 회사의 주력 상품이 ‘돈’을 제대로 버느냐를 알려주는 지표다. 엔씨소프트의 영업 활동 현금흐름은 2021년 3910억원, 2022년 7360억원으로 오르다 2023년 1399억원으로 급감했다. 2022년은 신작 리니지W의 활약으로 많은 현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리니지W 이후 나온 신작들이 흥행 참패를 겪은 게 치명타로 돌아왔다. 2023년 엔씨소프트 신작 대다수가 흥행에 실패했다. 돈을 벌어다줄 게임이 사라졌다. 서비스 시작 연도가 오래된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꺾이면서, 엔씨소프트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각 게임의 부진을 인식한 듯,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IR 자료에서 게임별 매출을 표시하지 않았다.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2023년 4분기가 처음이다. 2009년 IR 자료 공개 이후 엔씨소프트는 늘 게임별 매출을 공개해왔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게임별 매출이 지나치게 떨어져 숨긴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주가는 ‘신작 기대감 부족’의 직격탄을 맞았다. 게임사 주가는 회사가 개발 중인 게임을 향한 기대감에 따라 결정된다. 곧 나올 게임의 흥행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회사 주가는 급등한다. 문제는 엔씨소프트 신작을 향한 증권가의 기대감이 낮다는 것. 2020년대 들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 외 뚜렷한 성공작을 내지 못했다. 2023년 분위기 반전을 이끌 것이라 평가받던 ‘TL’은 국내에서 부실한 실적을 거두며 힘을 못 쓰고 있다. 아직 해외 시장 진출이 남았지만, 성공 가능 여부는 미지수다. 반전을 보여줄 신작이 없다면, 엔씨소프트 주가는 현재 수준에서 더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현재 11곳의 증권사가 엔씨소프트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놨다. 매도 의견을 잘 내지 않는 국내 증권가 특성상, 중립 의견은 사실상 ‘팔아라’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김·박 듀오가 낸 3가지 비책

개발력, M&A, 글로벌 진출

김택진 창업주와 박병무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엔씨소프트 부활’을 위한 전략을 공개했다. 두 대표가 내세운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개발력 강화, M&A, 그리고 글로벌 진출이다.

가장 먼저 강조한 부분은 개발력 강화다. AI를 도입하는 동시에, 인재 확충에 나선다. 개발 속도를 끌어올려 신작을 최대한 빠르게 내놓을 계획이다. 김택진 창업주는 AI를 활용해 게임 개발 과정에서의 혁신을 추진한다. 김 대표는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적극 도입해 비용의 효율화와 제작 기간 단축으로 창작 집중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력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몸집 줄이기도 지양한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매출, 영업이익에 비해 임직원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2023년 4분기 기준 엔씨소프트 임직원 수는 5023명이다. 크래프톤(1579명)이나 넷마블(831명)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최근 엔씨는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와 일부 사업부를 해체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단, 더 이상의 조정은 없다는 게 두 공동대표의 공통된 생각이다. 박 대표는 “재무적 효율화에만 집중하면 위험하다. 기업의 핵심 역량을 훼손해 기업 존폐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지만 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단순히 재무적인 측면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에서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구조조정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수합병 역시 적극 고려 중이다. 현재 엔씨가 갖고 있는 내부 IP 중 수익을 낼 만한 작품은 리니지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미래가 위태롭다. IP 고갈은 현재 엔씨소프트의 실적과 주가를 모두 갉아먹는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엔씨소프트가 IP 확보를 위해 외부 투자,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M&A 전략을 받쳐줄 실탄은 넉넉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3651억원), 단기금융상품(1조1674억원), 단기투자자산(5854억원) 등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보유 중이다. 박 대표는 “엔씨에 부족한 장르의 IP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게임사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사업적 시너지’ ‘미래 성장동력’ ‘재무적 도움’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 부합하는 M&A 역시 치열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후 과제는 글로벌 진출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대만을 제외하면 성과를 내는 국가가 없다. 글로벌 부진은 오랜 기간 엔씨소프트의 한계로 지적받아왔다. 넥슨과 크래프톤 등 경쟁 게임사는 해외 매출 비중이 꽤 높다. 글로벌 게임 시장이 워낙 큰 덕분에, 두 회사는 무리한 과금 전략을 쓰지 않아도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이 가능한 셈이다. ‘지나치게 과금을 유도한다’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량의 게임 이용자를 모을 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김택진 창업주는 “아마존게임즈와는 ‘TL’의 서비스를, 중국 현지 퍼블리셔와는 ‘블레이드 & 소울 2’의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현지에서 여러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인 소니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과도 새로운 방식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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