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순익’ 김성태 기업은행장, 업계 4강으로 [CEO 라운지]
‘IBK기업은행이 우리금융지주를 제쳤다고?’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회자되는 스토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6752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반면 4대 금융지주로 분류되는 우리금융지주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5167억원. 기업은행이 1000억원가량 더 많다. 기업은행 실적 호조에 기반해 증권가는 기업은행 목표주가를 잇따라 높여 잡고 있다.
최근 키움증권은 기업은행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가를 1만7000원에서 2만원으로 17.7% 올려 잡았다. 김은갑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결 순이익은 전년 대비 5.5% 증가해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2023년 배당 성향은 29.4%로 지속해서 상승하고 향후 상승폭 확대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한 국책은행, 즉 금융공기업이다. 보통 금융위기가 와서 시중은행이 위축될 때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사실상 순익을 포기할 때가 많았다. 그런 은행이 지난해 대형 금융지주를 따돌리며 빼어난 실적을 올린 것에 업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행 실적이 알려지면서 눈길은 김성태 행장(62)으로 쏠린다. ‘내부 출신’ 김 행장은 기업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 사실상 은행 2인자인 전무 등 은행 내에서 굵직한 보직을 수행했다. IBK캐피탈 대표로 있을 때는 경영 전략, 인사권 행사 등 CEO 수업도 거쳤다. 지난해 1월 행장으로 취임할 때 ‘준비된 행장’이라는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
취임 후 행보는 거침없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동력은 창업·스타트업에 있다고 보고 취임 첫날 제일 먼저 기업은행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IBK창공’을 찾아 입주 기업을 격려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초기 기업 창업 지원, 투자를 전담할 ‘IBK벤처투자’를 신설했다. IBK벤처투자가 엔젤 투자(창업 초기 기업 발굴), 후속 투자를 전담하면 기존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라이선스를 보유한 IBK캐피탈이 세컨더리 투자(시리즈A 이후 투자),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를, 은행은 PI(자기자본 투자), 기업금융 지원 등을 맡는다. 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생애주기별 금융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김 행장은 “침체에 빠진 모험자본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7600억원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 지원을 위해 신성장동력 기업 3조3000억원, 혁신 창업 기업에 6조원을 지원하는 등 기술력 있는 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여세를 몰아 미국 실리콘밸리에 IBK데스크를 설치했고 독일 현지에서 유망 스타트업 데모데이(발굴 육성 프로그램)를 열기도 했다.
기업은행 DNA(정체성) 사업인 종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해당 기업에 65조원의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더해 자체적으로 6600억원 규모의 금리 감면, 2조원 규모의 이자 상환 부담 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위기 극복의 든든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 더불어 주요 은행 중소기업 저신용자(B+ 이하) 대출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고,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등 상생금융을 최선두에서 견인했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 신사업을 선보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김 행장 취임 후 금융권 최초로 ‘개인사업자 간편인증서’ 인가를 획득했고 업계 최저 수준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는 한편 소상공인 관련 대출을 비대면으로 공급하는 등 디지털 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크게 높여가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행장 취임 후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 해소를 위해 전문 컨설팅을 연 1600회 이상 진행했다. M&A, 구조조정 지원, 중고 기계·설비 매매 활성화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비금융 서비스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김 행장은 OECD본부가 선정하는 ‘중소기업 금융 접근성 대표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업은행도 아시아머니, 글로벌파이낸스, 아시안뱅커 등 해외 유수의 경제지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중기금융 은행으로 인정받았다.
사내에서도 내부 출신 행장 특유의 ‘따뜻한 리더십’으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김 행장은 취임 후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직원이 신청하면 CEO가 언제든 찾아가 만나는 라디오 소통 프로그램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남부(화성, 평택, 안성) 지역 중소기업과 영업점을 방문한 뒤 직원들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속 라디오 코너 ‘별이 빛나는 밤에’에 일일 게스트로 출연, 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했다.
또 ‘CEO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공감IBK’라는 새로운 방식의 차별화된 소통 프로그램을 기획, 취임 후 3번에 걸쳐 총 100명의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펼쳐냈다.
워킹맘·대디 고충을 헤아려주는 복지 제도를 신설한 것도 사내에서는 화제다. 실제 손주가 있는 김성태 은행장이 워킹맘·대디의 고충을 잘 알고 공감한다며 육아휴직 후 복직한 워킹맘·대디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격려품과 함께 전달하고 있는 것. 직원들은 업무 복귀로 부담감이 컸는데, 은행장의 축하와 격려로 큰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김 행장. 수익성, 중소기업 진흥 등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지만 향후 과제도 적잖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임과 동시에 상장사다. 따라서 주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정부 들어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 마침 금융주 배당 등 대내외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임직원들도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성과급 지급 등을 원한다. 하지만 ‘국책’이라는 지위 때문에 임금 인상률은 정부 고시 2.5%로 제한되고 배당 성향도 금융위기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문제로 적극적인 행보를 하기 힘든 구조다. 그나마 예전 대비 배당 성향을 소폭 올릴 수는 있지만 여타 시중은행 수준만큼 못 맞추면 시장에 실망을 줄 수 있다.
성장 전략을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진출한 수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하는데 기업은행의 동반 진출이 아쉽다는 목소리다. 금융 선진국에서는 금융 중개와 IB 등 우량 수익 자산을 확보해야 하고 신흥국에서는 현지 진출 중소기업 금융 지원 확대, 현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물론 김 행장은 폴란드, 베트남 법인 인가를 추진 중이고 새로운 진출 지역을 추가 발굴하려 한다. 지켜볼 점은 속도와 방향이다.
더불어 디지털 금융 역량이 부족하다는 대내외 따가운 시선도 김 행장 입장에선 부담이다. 아이원(i-ONE)뱅크로 대변되는 은행 플랫폼 외 증권, 신용카드 등과 연계한 ‘슈퍼앱’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 니즈가 많은데 이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지난해 쌓아 올린 든든한 순익 기반으로 다양한 R&D 투자, 해외 진출 등 실질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폰 끝장내자”...삼성 갤럭시 S23에 신무기 ‘AI’ 장착 - 매일경제
- 4월 건설 위기 시작되나…부도 건설사 무려 ‘9곳’ - 매일경제
- 中 알리·테무 불만 80% 넘어...싼 맛에 산다 - 매일경제
- LGD·이노텍 본업 부진 비상…전장 다각화 차질 우려 - 매일경제
- 대신證 “티에스이, 올해 실적 회복···내년 신제품 양산 ”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LG전자, 설비 투자 확장…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 기대 - 매일경제
- 벤츠 제친 테슬라, 지난달 수입차 판매 2위 달성 - 매일경제
- 전기차 ‘피크아웃’…복병 만난 LG ‘전장’ [스페셜리포트] - 매일경제
- 지금 재건축 투자 괜찮을까···잠실주공5·여의도 재건축 눈여겨볼만 - 매일경제
- “韓 김치만두 세계 최고”...CNN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 35가지에 김치만두 포함 -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