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글로벌 증시···미·일 기초체력 ‘튼튼’ 중국은 신중히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4.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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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바벨 전략…원자재 동향 살펴라

글로벌 증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세계 곳곳에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물론,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가 역대 최고치를 최근 갈아치웠다. 국내 코스피도 약 2년 만에 2700선을 돌파하며 훈풍이 불고 있다.

다만 연초와 같이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가 다 같이 오르기보다, 국가와 업종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선진국·신흥국 동반 상승 배경

골디락스 기대에 개별 호재 작용

올 들어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뉴욕 증시는 이후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며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연초부터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상승장이 펼쳐지다, 최근에는 원자재와 산업재 등 다른 분야까지 오름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S&P500에서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일라이릴리·브로드컴 등 6개 주식의 이익 기여도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에는 연준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투자자 심리가 더욱 좋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2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동일하게 연내 금리 전망이 4.6%로 제시됐다. 한 번에 25bp(1bp=0.01%포인트)씩 내린다고 가정하면, 올해 세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연초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고, 연준 위원들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며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를 2회만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3월 FOMC에서 투자자들이 안도할 만한 결과가 발표되며 글로벌 증시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올 1분기 유럽 증시 분위기는 미국을 능가한다. 3월 21일 기준 올 1분기 유럽 주식 수익률은 1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수익률(10%)을 웃돈다. 비만 치료제 선두 주자 노보노디스크와 반도체 극자외선(EUV) 장비 생산을 독점하는 ASML 등이 유럽 증시 강세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럭셔리주 강세도 두드러진다. 특히 유로존 내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주가가 큰 폭 반등했다. 재정 취약국인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최근 S&P 기준 ‘A-’로 상향되는 등 남유럽 국가 재정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주식 시장의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일본 증시 성과도 두드러진다. 3월 21일 기준 올 1분기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 일본 주식이다. 이 기간 일본 주식은 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엔저 효과로 기업 수출이 증가하고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더해지며 증시 부양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주요 기업에 공장 투자비용을 최대 50% 보조하는 등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중이다. 또,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새로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NISA) 제도를 시행하며 비과세 주식 투자 한도를 크게 늘렸다. 이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증시는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견인한다.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가 주목받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투자자 기대감이 반영됐다. 3월 25일 기준 연초 이후 코스피 누적 수익률은 은행·보험·증권 업종이 모두 20%를 웃돈다. 금융주는 전통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과 반도체주 강세로 최근 코스피는 약 2년 만에 2700선을 탈환했다.

그동안 부진하던 중국 증시가 2월 이후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3월 26일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월 말 대비 9%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일부 개선된 경제지표가 발표되며 중국을 넘어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이 연초 글로벌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물가보다 고용을 더 걱정하는 연준의 통화 정책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반 상승 지속될까

코스피 3100 전망도

다만 앞으로는 국가·업종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선진국에서는 미국과 일본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보다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진단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S&P500 주식의 이익 기여도는 연초 20%대에서 최근 4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니케이225 주식 역시 20%대에서 최근 50%까지 이익 기여도가 커졌다. 반면 유로존 주식의 이익 기여도는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익 기여도가 높을수록 주가 상승에 있어 적용되는 배수(멀티플)보다 이익 전망치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일본의 올해 증시 전망도 밝다. 하나·KB·NH투자·메리츠·신한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의 올해 증시 전망치를 종합하면 S&P500지수는 최대 5700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KB증권은 올해 S&P500지수 상단을 5750으로 예상했다. 3월 FOMC 전까지 연준이 긴축 기조를 예상보다 오래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에도 S&P500 기업들의 강한 성장성으로 이익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최근 통화 정책이 다시 완화 기조를 보이며 주가에 적용되는 배수도 당분간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상훈 센터장은 “미국 주식 시장은 올해 펼쳐지는 대선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서도 “이번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4) 이후 AI 분야 성장 기대가 다시 높아진 점은 주식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S&P500이 올해 4400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S&P500 하단을 4400으로 제시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쉬지 않고 진행된 강세장으로 인해 가격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15% 이상 급락하는 추세 조정 가능성은 낮지만, 하반기 5% 정도의 하락 여지는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4만1000선을 돌파한 니케이225지수는 올해 최소 3만2000에서 최대 4만5000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니케이225 상단을 4만5000으로 제시했다. 특히 일본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가 올해부터 시행되며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내 설비 시설 확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통화 정책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은행이 일본 내 임금 협상인 ‘춘투’ 결과에 따라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김일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춘투 결과가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일본 주식의 하락 압력도 잠시 커질 수 있다”면서도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가 강화돼도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 전망치는 2350~3100 수준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글로벌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원인은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 순이익 증가율은 50%를 웃돈다. 3000선 돌파 여부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기대치가 높지 않은 가운데,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다면 주가 상승 효과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남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동참함에 따라 총선 후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같은 취지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ISA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형 ISA를 신설해 강화된 세제 혜택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ISA를 활용한 개인 투자자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중국 증시는 조금 더 분위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상하이종합지수와 항셍H지수 전망치를 각각 2910~3450, 5270~7100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여전히 진입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고, 2분기 주가와 기업의 펀더멘털 회복 과정에서 이익 추정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여전히 환경이 비우호적이라는 점에서 2분기 경기 회복 속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국가별 투자 포트폴리오

미·일 ‘굿’…유럽·중국 ‘신중’

글로벌 증시 흐름이 차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투자 전략이 수익률을 가를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증시는 AI 수혜주 찾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서버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로 이어진 최근 강세 흐름이 에너지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단, AI 하드웨어에 치중된 시장 무게중심이 AI 소프트웨어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과 오픈AI의 ‘소라’ 등 킬러앱의 확산이 최근 시장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존 주식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 유로스톡스50 주식의 이익 전망이 횡보 중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다. KB증권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 주식의 전년 대비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연초 3%대에서 최근 2%대까지 떨어졌다.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일본과 상반된 흐름이다. 최근 주목받는 AI 관련주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유럽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유로존 대형 기업 중에는 수출 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중국 경기가 회복될 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조언이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성장 종목과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치주를 눈여겨봐야 한다. 올 상반기 이익 성장을 주도할 업종은 반도체와 유틸리티 등이 꼽힌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총선 전후로 잠잠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액티브 펀드는 여전히 가치주보다 성장주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투자자는 주식의 질적 성장과 밸류업을 두 가지 축으로 놓고 둘 사이 균형을 찾아가는 바벨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원자재 가격 동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함은 물론이다. 원유나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구리 가격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중이다. 원자잿값 상승은 물가 상승 우려를 높여 금리 인하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되면 주식 시장의 랠리는 ‘일단 멈춤’ 모드로 돌입할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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