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보락 불티에…삼성 “비스포크 AI” 한종희 부회장까지 나섰다
‘냉장고가 우유·계란이 상하기 전에 알려주고, 로봇 청소기는 바닥과 카펫을 알아서 구분해 걸레질과 빗질을 한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을 통한 가사 해방을 선언했다. 사물 인식과 패턴 분석, 에너지 절감까지 알아서 해주는 AI 가전 신제품들을 선보이면서다. 가전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AI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가전 맞수’ LG전자와의 AI 시장 선점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신제품 론칭 미디어데이 ‘웰컴 투 비스포크 AI’를 열고 2024년형 신제품들을 공개했다.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100만장의 식품 사진을 학습한 비전 AI 기술로 식재료 관리를 돕는다. 냉장고에 달린 카메라가 입·출고되는 식재료를 인식해, 사전 설정한 보관 기한이 임박하면 알림을 준다. 냉장고에 달린 32인치 터치스크린에서 집안의 연결된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다.
‘비스포크 AI 인덕션’은 내장 센서가 국·탕류가 끓어 넘치는 시점을 예측해 미리 화력을 조절한다.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물의 무게·종류·오염도를 감지해 세탁하고, 내부 건조도에 따라 맞춤 코스를 제공한다.
‘비스포크 AI 무풍 갤러리’ 에어컨은 빅스비 음성 인식으로 온도·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올해 안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생성 AI를 에어컨에 도입해,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안방이 습해”라고 하면 제습기와 에어컨을 알아서 가동하고, “어제 감자를 샀는데 뭘 해 먹으면 좋을까”라고 하면 조리법을 검색하는 식이다. 계절과 사용 시간에 따라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도 내놨다.
LG전자 역시 AI 가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자료를 내고 “‘공감 지능’ 구현을 위한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 칩 ‘DQ-C’를 자체 개발해 주요 제품에 적용하는 등 글로벌 AI 가전 시장을 선도하겠다”라고 밝혔다. 공감 지능은 AI가 사용자를 배려·공감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에어컨·세탁기·스타일러 등 LG전자 가전 10여 종에 적용하고 있다. 2024년형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은 실시간으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바람의 방향·세기·온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달 26일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AI 가전의 시초는 우리가 만들어낸 업(UP) 가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삼성전자 행사에서 LG전자와의 AI 가전 경쟁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AI는 시초보다도 어떻게 빨리 소비자들에게 그 혜택을 누리게끔 하고, 밸류(가치)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맞받아쳤다.
삼성전자·LG전자가 AI 가전에 공을 들이는 건 최근 중국 가전제품이 치고 올라와서다. 중국산이 소형·중저가 중심이란 건 옛말이고, 최근에는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가전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파고든다. 중국 업체 로보락의 로봇 청소기는 지난해 국내 시장 1위(점유율 35.5%)에 올랐다. 먼지 흡입과 물걸레 겸용인 ‘로보락 S8 프로 울트라’는 로봇 청소기 ‘끝판왕’으로 불리며, 16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연말 이커머스 행사 품목 중 최다 매출을 기록하는 등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물걸레 일체형 로봇 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처음 선보이며 로보락에 도전장을 던졌다. 170만 개의 사물 데이터를 학습해 휴대전화 충전기 케이블과 같은 얇은 사물도 인식하고 회피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중국을 의식한 듯 ‘강력한 보안’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악성 소프트웨어 변조 등을 통한 해킹 시도나 불법 접근을 탐지해 막아주고, 사용자 데이터를 익명화해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것. 비스포크 AI 스팀은 글로벌 인증 업체 UL솔루션즈에서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받았다. LG전자도 이르면 이달 중 일체형 로봇 청소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중국 가전제품의 약진에 대해 “우리는 차별화를 위해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여러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라며 “격차를 벌리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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