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라더니…” 반 토막 난 해외 부동산, 투자자들 소송 검토

이광수 2024. 4. 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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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A씨는 2016~17년 미래에셋증권 권유로 해외 부동산 펀드 4개를 가입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만기가 돌아와 반 토막이 난 수익률로 청산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투자자들이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줄만 알았지 대출을 일으키는 상품 구조에 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해 불완전판매라는 것이 미래에셋맵스 9-2호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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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맵스 9-2호가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테이트 오피스 빌딩.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50대 중반 A씨는 2016~17년 미래에셋증권 권유로 해외 부동산 펀드 4개를 가입했다. 그는 “20년 장기 임차가 돼 있고 매년 임대료도 2%씩 올라 안정적인 배당금이 나온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펀드는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2개는 이미 손실이 확정돼 청산됐다. 나머지 두 개도 손실 구간이다. A씨는 “노후를 대비해 배당 상품을 찾았던 건데 주식에 투자한 것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만기가 돌아와 반 토막이 난 수익률로 청산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 투자자들이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투자자 모임을 구성하고 판매사에 제대로 된 설명을 들었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해당 상품은 대출을 일으켜 투자하는 구조로 돼 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줄만 알았지 대출을 일으키는 상품 구조에 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해 불완전판매라는 것이 미래에셋맵스 9-2호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일부 투자자는 부동산 침체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달러가 상쇄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원금 보장’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주장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접수한 여러 민원을 현재 검토 중이다.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앞선 주가연계증권(ELS) 사례처럼 판매사가 일정 금액 혹은 전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는 미래에셋만의 일은 아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일 기준 운용 중인 공모 해외부동산은 26개(리츠·재간접 제외) 중 23개 펀드가 최근 1년 수익률이 손실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손실이 극심한 펀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파생형)ClassA’로 81.81% 손실을 보고 있다.

이지스글로벌 229는 미래에셋과는 달리 손실을 확정을 짓지 않고 대출과 만기를 연장하면서 수익률 확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최근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강해지고 있어 경기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현지 기관도 부동산 대출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큰 뉴욕커뮤니티 뱅코프(NYCB)는 부실 우려로 올해만 주가가 70.51% 폭락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향후 3년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채만 약 2조 달러(약 2700조원)라고 보도했다. 저금리 시절 빌렸던 돈을 고금리 기조에서 다시 조달해야 하므로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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